카카오페이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진 먹튀(먹고 튄다)’ 논란 이후 회사가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 가운데 분위기 반전에 주가 향배가 달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은 데다 체질 개선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견해다.
10일 오후 1시 16분 현재 카카오페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7%(3500원) 오른 13만 원을 나타내고 있다. 장중 4.35% 뛴 13만2000원까지 오른 뒤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지난 9일엔 3.07% 내린 12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하루 이틀 건너 한 차례씩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오락가락’ 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이 그동안 논란이 된 경영진의 주식 매각에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주가 극적 반전 계기를 끌어내진 못했다는 평가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 내정자는 지난 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지금의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2년) 동안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임직원과 이용자,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할 협의체를 구성해 마련한 방안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임원은 카카오페이 주식을 다시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량 매도 사태가 터진 지 두 달 만에 나온 대책이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상장 이후 위기를 일으킨 당사자인 류영준 현 대표가 콘퍼런스콜에 불참했고 남은 스톡옵션(48만2030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은 어떻게 할 거냐”, “회사의 대응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며 남은 스톡옵션 취소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 있는지 대답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해 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페이가 어려움을 딛고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선 수익성 등 기초체력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매출액 4586억 원과 영업손실 272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액이 61.3% 증가했고 영업손실이 늘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가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친 것은 높은 성장성에 기인한다”며 “앞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 본격적인 주가 반등을 위해선 수익성 개선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정식 서비스의 흥행 여부가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은 수준의 MTS 이용자 수 확보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의미 있는 거래대금 확보, 신용서비스의 성공적인 도입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했다.
한편 류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8명은 회사 상장 한 달 만에 주식 900억 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