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미국이 보다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꺼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긴축 정책 속도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가 짓눌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지난달 CPI가 1년 전보다 7.5% 올랐다고 발표했다. 1982년 2월(7.6%) 후 최대 상승 폭이다. 시장의 예상(7.3%)을 뛰어넘는 ‘물가 쇼크’에 휩싸인 것이다. 6.0%가 넘는 물가 상승은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긴축을 앞당기되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란 기존 예측이 흔들리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여러 번 기준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 압력이 이보다 더 오래갈 경우 이에 따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시간이 가면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 금리 인상이 여섯 번 또는 일곱 번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일곱 차례 인상을 예상했다.
아메미야 아이치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더 강하게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의 매파(긴축 선호)적 발언까지 더해졌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7월 1일까지 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올리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물가 지표에 긴축 가능성이 커졌다”며 “증시가 일시적 충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고용 지표까지 견조한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면서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가격 전가가 용이한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임금 등을 고려할 때 이달에도 CPI의 상승세는 크게 둔화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며 그전까지 상승 폭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연준이 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고물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여지가 높은데, 공급망 차질 완화 여부가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