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됐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자, 손보사들은 특약 할인을 내세워 방어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보험 특약 할인은 제로섬 구조이기 때문에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 특약 할인율을 높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21일 책임개시일부터 안전운전점수가 71점 이상인 경우 기존 11%에서 12%로 할인율을 확대했다. 얼핏 보면 할인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안전운전 점수가 61~70점인 경우에는 기존 5%에서 3%로 축소됐다.
현대해상도 오는 16일부터 개인용, 업무용, 영업용 가입자에 대한 커넥티드카 할인 특약의 할인율을 7%에서 7.1%로 상향한다. 하지만 마일리지 특약은 할인폭을 축소한다. 연간 주행거리 1만2000Km 이하는 11%에서 10%로, 1만5000Km 이하는 8%에서 7%로 내릴 예정이다.
결국엔 손해율이 좋은 우량고객 위주로 보험료 인하 혜택이 주어지는 꼴이다. 이는 자동차보험의 제로섬 구조 때문이다. 예컨대 자녀가 있어 보험료를 5% 할인받는 고객이 있다면 누군가는 5%를 채워야 한다. 다만, 할인을 받는 고객에 비해 할인을 받지 않는 고객의 수가 많으므로 한 명의 고객이 5% 전부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 0.5%씩 10명의 고객이 부담하는 구조다.
혜택을 받는 가입자가 늘어나면 이를 채우기 위해 다른 한편의 보험료는 그만큼 올라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동차보험료 2% 인하를 보험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약 3000억원 수준의 흑자가 예측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손보업계 상위 4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누계 손해율(가마감)은 79.6%에서 81.5%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통상 '77%~80%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올해만큼은 자동차보험료를 양보할 수 없다며, 강경한 인하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2020년 3800억 원 가량의 적자를 보고 지난해 1월 동결에 합의한 바 있는데, 코로나 영향에 따른 일시적 흑자로 인하를 지속 요구하는 건 명분이 약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마일리지특약 등 할인 혜택을 다양화해 가입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보험료 부담을 줄이겠다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