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물량 사전 승인 조치로 수출 공급 시기 못맞출 수도…업계선 "허가 업체 늘려야" 주장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10만 명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가격과 물량 등 수급을 통제하는 이른바 '공적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함에 따라 수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생산능력을 최대한 높여 대처하고 있지만, 국내에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수출에 앞서 사전 승인을 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진단키트 제조업계에서는 현재 7곳 뿐인 품목 허가 업체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일부터 ‘자가검사키트 유통개선조치’에 나서 개인은 약국과 편의점서 1회 당 5개만 살 수 있고, 온라인 판매가 제한된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 등 체인화 편의점에는 의료기기 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점포도 진단키트를 팔 수 있게 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는 자가진단키트 무료 배포도 실시된다. 아울러 13일 이전에 계약된 물량은 수출이 가능하지만, 이후 선적할 물량에 대해선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자가진단키트 제조업체들은 정부의 지침 변경에 따라 먼저 국내 공급 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현재 2억 개 수준인 생산량을 다음달 3억 개로 늘릴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3월 생산 물량은 국내부터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젠텍도 최근 생산능력을 기존 4배인 4000만 개로 확대했다. 젠바디는 국내 공급을 위한 생산 절차에 들어갔다. 젠바디 관계자는 “추가 생산 공장 확보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 통제로 인해 진단키트 업체의 수출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확진자 폭증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향후 수출 물량에 대해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캐파가 한정적인데 통제에 들어가게 되면 수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계약에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수출 공급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외시장에서 꺼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진단키트 업체는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지난해 3분까지 누적 매출 2조4862억 원 중 국내 매출은 1183억 원에 그치고 해외 매출이 95%에 달한다. 같은 기간 휴마시스 역시 1479억 원의 매출 가운데 수출은 1232억 원으로 83%를 차지한다. 휴마시스는 셀트리온과 공동개발한 진단키트를 미국에 4월까지 4000억 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고, 에스디바이오센서도 미국 및 싱가포르, 일본 등과 최근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맺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되면 지난해 4분기부터 자가진단키트를 포함하는 면역 진단 품목 수출은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2억2669만 달러에서 11월에는 3만3127만 달러로 2개월 새 46% 증가했고, 12월에는 4억2893억 달러로 더 커졌다. 다만, 올해 1월 들어서는 1억9528만 달러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 확진자가 하루 30만 명까지 늘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 통제보다 국내 허가를 늘려 공급업체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개인이 구매 가능한 제품은 에스디바이오센서 2개 제품과 휴마시스와 래피젠, 젠바디, 수젠텍, 오상자이엘, 메디안디노스틱 등 총 8종이다. 코로나 발생 1년이 지난 작년 4월에야 휴마시스와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이 허가됐고, 7월에는 래피젠 제품만 품목 허가를 받았다. 나머지 제품은 이번달에서야 품목 허가를 내줬다.
대부분의 진단업체가 허가 신청을 했음에도 극소수 업체만 허가를 받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품목 허가를 제출했지만, 계속해서 보완 조치를 내리고 있다”면서 “최근 허가 받은 업체와 기술력에 큰 차이가 없고, 일부 업체는 전문가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수출도 미미한 곳도 있는데 우리 회사보다 나은 점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허가받은 곳 중에서는 규모가 상당히 적은 업체도 있다”며 “생산 능력을 갖췄을 지도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허가를 받지 못한 업체들이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아니다.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이 다수다. GC녹십자엠에스는 독일과 스위스, 이탈리아 등에 수출하고 있고, 바디텍메드도 유럽과 중남미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자가검사키트를 팔고 있는 피씨엘의 해외매출 비중은 94%를 넘는다. 엑세스바이오는 미국 월마트와 아마존을 비롯해 라이트에이드와 월그린 등 미국 주요 마트와 드럭스토어에 코로나 홈테스트 제품을 팔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올해 1월 미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서 약 830만 회분의 진단키트 수출 계약을 맺었고, 피에이치씨와 프리시젼바이오 등은 각각 호주와 일본에서 허가를 받았다. EDGC도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진단 의료기기 전시회 ‘메드랩’에 참여해 UAE의 하이스타 메디컬(Hightstar medical equipment), 사우디아라비아의 다이나믹 인더스트리(Dynamic Industry) 등 약 100곳과 신속 항원 검사키트 등의 계약 상담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2년을 넘기면서 해외 수요 증가로 많은 업체들이 수출을 해왔고, 국내 상황을 충분히 예측 가능했음에도 너무 늦게 대응했다”면서 “소수 업체만 시중에 공급하게 할 것이 아니라 허가 품목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식약처 측은 자가검사키트가 신속하게 개발·허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