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 대란에 작년 영업익 7조 돌파…김경배 신임 사장 내정자 역할 주목
2017년 한진해운의 파산은 국내 해운업계에 오래도록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5년이 지난 지금 국내 유일 국적 해운사로 남은 HMM(옛 현대상선)은 과거의 부진을 딛고 재건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몰락의 주요 원인은 내부적인 리스크 관리 실패와 글로벌 금융위기 두 가지로 요약된다. 업황이 좋을 때 선박들을 무리하게 사들이고 불황이 닥치면 알짜 자산을 차례로 매각하는 실수를 범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전 세계 해운업 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졌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저가 수주 전략을 펼치며 치킨 게임을 시작했다.
이런 악재들을 견디지 못한 한진해운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가 2016년 9월 회생절차에 돌입했지만 반년이 지난 2017년 2월 결국 파산했다.
한진해운이 회생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는 회사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물류 대란이 터지면서 한진해운의 선박 128척 중 79척은 멈춰있는 상황이었다. 해운동맹에서의 퇴출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유일한 국적 해운사로 남은 HMM(옛 현대상선)도 피해를 봤다. 앞서 정부에서 한진해운 파산으로 현대상선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 양상이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 해운업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가 급락한 것이다. 글로벌 화주들이 국내 해운사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HMM과 합병했다면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운업계의 동향보다는 ‘공적 자금 회수’라는 금융 논리를 앞세운 국책 은행의 결정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 시기 중국과 일본 등은 대형 해운사들을 잇달아 합병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운임상승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해운업계가 이례적인 호황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물류 적체 현상이 심화하면서 운임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0년 1400포인트대에서 최근 5000포인트 안팎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9년간 4조 원에 가까운 적자가 쌓였던 HMM은 2020년 1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7배 늘어난 7조377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3.5%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만은 못하지만 올해도 글로벌 물류 대란에 따른 해운 업황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협회의 해상ㆍ항공 물류 지원을 받은 100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의 56%가 올 하반기나 내년까지 글로벌 물류대란이 지속할 것으로 응답했다. 한국무역협회는 항공운송 수요가 급증하며 현재는 주요국으로의 항공운송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올해도 글로벌 물류 적체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HMM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에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ㆍ현대위아 사장의 역할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내정자는 추가 화물 확보와 내부 역량 강화를 비롯해 영업 체질 개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컨테이너선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HMM의 호실적은 일시적인 것으로 항만 적체가 해소되면 운임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라며 “HMM으로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