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 유제품 소비 느는데…국내 생산 여전히 마시는 우유 고집
최근 20년 새 국산 원유(原乳) 가격 상승률이 해외 주요 생산국에 비해 6배 이상 높아지면서 자급률이 약 3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값싼 외국산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낙농가 수도 줄어드는 등 낙농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ℓ당 629원이던 국내 원유 가격은 2020년 1083원으로 7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은 393원에서 470원으로 19.6% 상승했고, 미국은 ℓ당 439원에서 491원으로 11.8%의 상승률을 보였다. 가격 상승폭만 따지면 미국의 6배에 달한다.
국산 우유 가격이 비싸지면서 자급률은 갈수록 낮아졌다. 흰 우유와 가공 유제품을 합해 2001년 77.3%였던 자급률은 2020년 48.1%까지 떨어졌다. 반면 수입은 3배가 늘었다. 유제품 수입량은 2001년 65만3000톤에서 2020년 243만4000톤으로 272.7%가 증가했다.
자급률 하락에 낙농가 수와 사육 마릿수도 급감했다. 2001년 1만2827가구였던 국내 낙농가는 4929가구로 61.6% 줄었고, 이에 따라 사육 마릿수도 54만8000마리에서 41만 마리로 25.2%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낙농산업 구조가 현재의 소비구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에서 2020년 31.8㎏으로 줄었다. 반면 치즈와 버터,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소비는 같은 기간 63.9㎏에서 83.9㎏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낙농산업은 여전히 마시는 우유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마시는 우유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데다, 생산량을 전부 납품하는 쿼터제, 원유가격에 적용되는 생산비 연동제, 정부의 차액보전 등으로 높은 가격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자급률 하락과 낙농산업 축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비연동제와 쿼터제 대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는 낮추는 방식이다.
아울러 원유의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는 현재 생산자 중심인 이사회에 민간 전문가와 소비자대표, 정부 관계자 등 중립적인 인사들의 참여를 늘려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