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삼성전자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에 대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실제 파업에 들어간다면, 삼성전자가 1969년 창립된 이후 53년 만의 첫 파업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의 철폐를 선언하면서 노조가 만들어졌다. 현재 노조 조합원은 4500여 명으로 전체 직원(11만4000여 명)의 4% 수준에 그친다.
삼성 노사는 작년 9월부터 5개월 동안 2021년도 임금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과 매년 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코로나19 격려금 지급(1인당 약 350만 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임직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지난해 3월 정한 기존 임금인상분(7.5%) 외에는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성과보상이 충분치 않을 수는 있지만, 대표적 고연봉 기업의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과도한 임금인상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요구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직원들의 평균급여가 50% 이상 인상되고, 회사의 당기순익은 5조 원가량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노조의 대표성에도 문제가 많다. 과거에 없던 노조가 생겼지만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참여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 조합원 숫자가 적어 영향이 제한적이라 해도, 파업이 현실화하면 그 파장과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조합원 절반 정도는 기흥캠퍼스 등 반도체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도체 라인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가동된다. 자칫 파업으로 공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지금 삼성이 직면한 대외 환경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반도체 매출 글로벌 1위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후발 기업들의 추격과 도전이 거세고,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은 대만 TSMC의 장벽에 부딪혀 있다. 스마트폰도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이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량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노조 리스크까지 덮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쟁의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향후 노사가 갈등구조로 가느냐, 협력을 통한 공생(共生)과 회사 발전으로 가느냐를 가름하는 중대한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는 어떤 명분도 찾기 힘들고 설득력 없는 지나친 요구를 거두고 파업 움직임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