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요구 조건 이행이 무조건 1순위" 입장 여전
러 하원,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 승인 결의안 표결
우크라이나 정부부처 및 은행 디도스 공격도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외교와 군사훈련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일부 병력이 훈련을 마치고 근거지로 돌아갔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병력 철수 주장에도 13만 명에 달하는 국경 병력은 그대로 유지된 상태다. 러시아 국방부도 광범위한 전선에서 대규모 작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역시 “군대 철수를 계속할 것인가”란 질문에 “현장의 실제 상황에 따를 것”이라고 말해 불확실성을 키웠다.
또한 푸틴은 “협상을 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확장 중단 등 러시아의 요구 조건 이행이 무조건적인 1순위”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재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요청을 거부한 데서 움직임이 전혀 없다. 나토는 문호 개방 정책에 따라 원칙을 지키고 북대서양 지역의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유럽 국가의 가입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국이 러시아의 긴장 완화 의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병력이 철수됐다는 주장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CNN도 러시아가 병력 철수를 주장했지만 내놓은 정보가 워낙 적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철수한 병력이 어디서 훈련을 했는지, 몇 명인지, 주둔지가 어딘지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분명 대화 가능성은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고무적이지 않다”며 “병력이 계속 모여들고 있고 야전병원도 세워졌다”고 경계했다.
러시아가 병력 철수를 주장하며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사이 물밑에서 돌아가는 상황도 우호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날 러시아 하원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공화국들의 독립 승인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기로 했다.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자신들도 독립을 하겠다는 이유였다.
이후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를 상대로 무장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도 이들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독립 승인은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러시아의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 승인 움직임은 우크라가 러시아와 맺은 국제협정의 철회를 의미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와 관련국들이 추진해온 정치ㆍ외교적 해결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은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노르망디 형식 정상 회담(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자 정상회담)' 후 민스크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중화기 철수, 우크라이나의 국경 통제 회복, 돈바스 지역의 자치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하원 결의안에 푸틴 대통령이 서명할 경우, 러시아가 해당 영토에 무기과 군대를 보낼 가능성이 생기고 러시아가 동맹국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이버 공격도 벌어진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국방부, 육군, 은행 두 곳을 비롯한 웹사이트가 사이버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최소 10개의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는 “누구 소행인지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러시아 소행을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