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6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13만5000명 늘어난 2695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회복기인 2000년 3월(121만1000명) 이후 2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1월 취업자가 98만2000명이나 감소하는 최악의 ‘고용 쇼크’를 보인 데 따른 기저(基底)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또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 가까이는 60대 이상으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노인일자리 사업의 영향이 크다.
여러 고용지표들이 수치상으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 모든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늘었다. 60세 이상(52만2000명)이 가장 많고, 20대(27만3000명), 50대(24만5000명), 40대(2만4000명), 30대(2만2000명) 순이었다. 특히 2020년 3월 이후 22개월 연속 감소했던 30대 취업자가 소폭이지만 증가로 돌아섰다.
산업별로는 세금일자리가 많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25만 명)과, 숙박·음식점업(12만8000명), 운수·창고업(12만1000명) 등이 늘었다. 반면 코로나19 타격이 여전히 큰 도소매업(-5만6000명), 협회·단체 및 수리·개인서비스업(-2만1000명), 금융·보험업(-1만5000명) 등 대면서비스 업종이 감소했다. 실업자는 114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2만7000명 줄고, 실업률은 4.1%로 1.6%포인트 떨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의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양적·질적 측면에서 고용의 뚜렷한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표로는 확실히 코로나 충격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 등 산업구조 변화, 수출 호조로 고용의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고용시장 호전이 체감되지 않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질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까닭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전일제 환산 취업자로 본 고용변화’ 보고서에서는 2017년 이후 고용이 질적으로 크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일제(全日制) 환산 취업자는 주 40시간 일한 사람을 1명으로, 20시간이면 0.5명으로 계산하는 고용지표다. 이 수치로는 지난해 취업자가 2651만2000명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2727만3000명보다 훨씬 적고, 2017년에 비하면 209만2000명(7.3%)이나 감소했다. 질 나쁜 단시간 근로자의 비중이 커진 결과다.
기저효과가 크고, 취업자 수에 매달린 양적 고용통계로는 착시(錯視)만 불러올 뿐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실효성 있는 고용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기 어렵다. 계속 재정을 쏟아부어 만드는 단시간 일자리로 고용시장을 살리기 어렵고 질적 개선도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