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알아야 잘 팔지”…재계 ‘지한파’ 외인 속속 영입

입력 2022-02-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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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前주한미대사, 삼성전자 북미 부사장으로
제네시스, 유럽법인장에 아우디코리아 前대표 선임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주한 미8군 출신 단골 영입
한국 특유 경영 스타일에 상대적으로 이해도 높아

재계 주요 기업이 이른바 ‘지한파(知韓派)’로 불리는 외국인을 속속 영입하고 나섰다. 이들 외국인은 한국의 경제와 사회·문화·역사는 물론, 기업의 경영 전략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지닌 인물들이다.

▲삼성전자가 마크 리퍼트 전(前)주한미국대사를 북미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현지법인 부사장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ㆍ업계 등을 상대로 ‘대관’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2015년 3월 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다쳤을 때도 한미동맹의 상징 구호인 “같이 갑시다”라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뉴시스)

16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가 다음 달부터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일한다고 밝혔다.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 북미지역의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북미 대외협력팀장’으로 합류한다. 직급은 현지법인 부사장. 미국 정부와 의회ㆍ업계 등을 상대로 이른바 ‘대관’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리퍼트 부사장은 검증된 리더이자 유능한 외교관”이라며 “미국 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관 출신의 리퍼트 부사장은 입법과 규제 동향은 물론, 정책을 기업 및 비즈니스 전략에 결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임 리퍼트 부사장은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40년 이상 미국에서 기술적인 지배력을 주도해왔고, 한미 경제 관계의 핵심”이라며 “미국과 전 세계에서 기술의 미래를 지속해서 형성할 혁신에 투자하는 기업에 합류하게 돼 자랑스럽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이후 보잉사 부사장,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책 총괄 등으로 일해왔다.

재임 당시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2015년 3월 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다쳤을 때도 한미동맹의 상징적 구호인 “같이 갑시다”를 강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노션 월드 와이드'에서 3년여 동안 경력을 쌓았던 안젤라 제페다(Angel Zepeda)를 북미법인 마케팅 전략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한국은 물론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몸담았던 만큼, 회사의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뚜렷한 이해도를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진제공=HMA)

앞서 현대자동차는 ‘이노션 월드 와이드’ 에서 3년여 경력을 쌓았던 마케팅 전문가를 북미법인에 영입하기도 했다. 주인공은 2019년 합류한 안젤라 제패다(Angel Zepeda) 마케팅 총책임이다.

당시 현대차는 그의 영입과 관련해 “현대차의 전략적 방향과 브랜드 개발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마케팅 및 광고 활동에 책임을 질 것”이라며 “앞서 현대차그룹 대가족(이노션)의 일원이었던 만큼, 현대차 마케팅 기능을 주도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 북미법인에 합류한 그는 이후 주요 마케팅과 광고활동은 물론 슈퍼볼 광고까지 감독하는 등 '운신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한때 같은 시장에서 경쟁했던 경영자를 영입하기도 한다.

제네시스는 유럽 론칭 앞두고 아우디 출신의 도미니크 보쉬(Dominique Boesch)를 전무급으로 선임했다.

그는 2004년 10월 아우디코리아 법인 설립부터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다. 이후 2007년 일본 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아우디의 괄목 성장을 끌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출범 첫해 807대에 불과했던 아우디의 연간 판매는 보쉬 법인장이 부임한 지 3년 만인 2007년에 연간 4780대까지 급성장했다. 3.4% 수준이었던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9.1%까지 증가했다.

무엇보다 아우디가 고급차 브랜드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한국시장에 심어 넣는 데 성공했다.

그는 한국법인 출범 초기, 벤츠와 BMW가 양분했던 고급차 시장에서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아우디를 포함한 '독일 프리미엄 3사' 구도를 완성하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애착도 깊었다. 한국을 떠나 일본 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는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제네시스는 '도미니크 보쉬'를 유럽법인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수입차 시장에서 아우디코리아의 괄목성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아우디를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에 합류시키는 데 성공한 주인공이다. 이제는 유럽에서 제네시스를 팔고 있다. (사진제공=제네시스뉴스룸)

다른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위산업을 영위해온 한화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주한미군 출신의 장성급 인재를 영입,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쳐왔다.

유럽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역시 넥센타이어 출신의 현지인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 지한파 외국인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기업문화와 경영 스타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의 경우 빨리 전략을 습득하는 편”이라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데다 우리 기업과 한국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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