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상자산 열풍 이어가기'
올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의 공통적인 목표다.
가상자산 업계는 2021년 호황을 맞았다. 치솟는 실물자산의 가격에 소득만으로는 자산 증식이 어렵다 여기는 2030 세대들이 적극 투자에 나선 덕분이다. 2022년은 한국은행뿐 아니라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유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가상자산 업계가 어떻게 호황을 이어나가야 할지가 숙제로 남았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은 제도권에 진입, 성숙도를 높여가겠다고 예고했다. 사회 전방위적으로 전례 없는 디지털 환경이 조성되는 만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세계를 꾸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거래소 대표들은 모두 디지털 세계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이석우 업비트 대표는 '온라인 세계의 소통'에, 허백영 빗썸 대표는 '물리적ㆍ비물리적 대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 대표는 디지털 자산 세계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업권법, 해외 동향 등 현실 세계의 움직임도 함께 짚었다.
이 대표는 "만약 2020년에 ‘2021년을 어떻게 예상하는지'에 관해 물었다면 실제 2021년에 경험한 호황기를 예측해 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2021년에는 특정금융정보업(특금법) 시행으로 디지털 자산 사업자들이 제도권에 진입해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었고, 올해는 업권법 등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전례 없는 디지털 세상을 경험하고 있고, 온라인 소통이 오프라인을 대체하고 있다"라며 "트래픽 기반의 경제 체계도 트랜잭션 기반으로 전환되고 유동성이 높아져 자산 증식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허백영 빗썸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의 키플레이어로 등극한 새로운 세대의 시각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가치를 측정하거나 눈여겨보지 않았던 다양한 대상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가치를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향후 NFT(대체불가토큰)를 비롯한 가상자산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가치를 일일이 책정하지 않았던 많은 물리적ㆍ비물리적 대상들에게 가치를 부여할 것이며, 그로 인해 화폐나 자산이라고 하는 개념 역시 새롭게 정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허 대표는 "새로운 세대들은 이미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비물리적 대상을 향한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 자명하며, 같은 맥락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업 역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조망했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내놨다. 허 대표는 "예를 들어 P2E(Play to Earnㆍ돈 버는 게임)의 경우 게임일까, 노동일까"라며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이를 노동으로 보기 어렵겠지만, 새로운 세계에서는 엄연한 노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산력 증대로 노동이라고 하는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거래소 대표들은 가상자산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를 규율하는 금융 당국의 규제가 위험 요인이자 기회 요인이라는 시각도 공유했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지난해 금융 당국의 규제와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는 우리에게 위험 요인이자 기회로 작용했다"라며 "오랜 기간 보수적인 상장 정책을 운영해왔는데, 이게 옳은 길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거래소 대표들은 올해 업계 단기 전망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치가 선반영되는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국내외 긴축 수준을 살펴보고 투자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미 연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긴축 고삐를 예상보다 세게 쥐고 나서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긴축에 대한 기대는 이미 11월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긴축이면 반응하지 않을 것이지만, 기대 이상의 긴축이면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지금 시장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인데 이게 쉽지 않다"라고 답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움직임도 면밀하게 살피는 중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은 가상자산 업계를 위축시키지만, 조정기가 있으면 가상자산 시장의 조정 구간도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 대표는 "향후 움직임을 전망해본다면 시장금리(10년 미국채)가 어느 시점까지 오르면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이것이 고용지수나 CPI(미국소비자물가지수) 하락으로 나타나면 다시 통화정책 완화 쪽으로 연준이 시그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통화정책 완화라는 시그널의 시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하반기쯤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가상자산 투자 시장의 외연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디지털 자산 투자 시장도 해외에서는 ETF(상장지수펀드) 등 기관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있고 국가 차원에서의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 논의와 실험도 활발하다"라며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 더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전망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올해는 NFT나 메타버스를 비롯해 스테이킹과 같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많아질 것이고 투자방식도 훨씬 다변화될 것"이라며 "그만큼 신규 투자자의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