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제조사에 플랫폼 제공
타워 인수 등으로 기반 마련
TSMC, 삼성 따라잡기 위한 복안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 내에 차량용 반도체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인텔이 파운드리 공격 투자 의지를 연달아 드러내면서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17일(현지시간) '인베스터데이 2022'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란디르 타쿠르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사장은 "자동차 시장은 자율화와 전동화로의 전환기를 겪고 있다"며 "이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IFS 내에 차량용 반도체 전담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전담 조직의 향후 계획으론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 차량용 통신(RF), 센서 등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완성차업체(OEM)이 차세대 경험과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반도체 디자인과 지적재산권(IP)을 제공하기 위한 ‘IFS 엑셀러레이터 오토모티브 프로그램’이 그 예다.
앞서 인텔은 차량용 반도체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이어왔다.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용 시스템온칩(SoC) 등 기술력을 쌓아온 게 대표적이다.
지난 15일엔 54억 달러(약 6조4600억 원)를 들여 이스라엘 파운드리 업체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타워의 주력 생산 분야 중 하나도 차량용 반도체다.
타워는 인텔이 1년 전 설립한 파운드리 조직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에 통합돼 차량용 반도체 전담 조직 조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를 강조하고 나선 건 파운드리 후발주자로 나서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폭등하고 있는 만큼, 대만 TSMC나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선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1%로 압도적인 1위이며, 삼성이 17.1%로 2위다. 대만의 UMC와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각각 7.3%와 6.1%, 중국의 SMIC가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발표에선 인텔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인텔 측은 “10년 뒤 차량용 반도체 총 시장 규모는 현재 2배에 달하는 1150억 달러(약 137조 원)로 예상된다”라며 “파편화한 공급망과 기존 공정 기술만으로는 폭증하면서 동시에 다변화하는 수요처로의 전환에 적응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미세공정 로드맵도 새롭게 제시했다. 7나노미터(nm)급 공정인 ‘인텔4’는 올해 하반기, 3나노미터에 준하는 공정인 ‘인텔4’는 2023년 하반기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4공정부터는 EUV(극자외선) 기술이 도입된다. 3나노 이하 공정인 인텔 20A(옴스트롱, 1옴스트롱은 0.1나노미터), 18A는 각각 2024년 상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팻 겔싱어 CEO(최고경영자)는 "무어의 법칙(반도체 저장용량이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은 죽지 않았고, 인텔은 이를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