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투약대상 40대까지 확대하지만…병용 금기약물 많아 처방조건 까다롭고, 처방 늘면 물량 부족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10만 명대를 넘어섰다. 먹는(경구용) 치료제가 한때 '게임 체인저'로 기대됐지만,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17일 기준 총 8905명이다. 재택치료자가 718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감염병전담병원이 1478명, 생활치료센터가 24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4일부터 처방을 시작해서 한 달여 동안 하루 평균 254명에게 투여된 셈이다. 정부는 팍스로비드 도입 초기 하루 1000명 이상 투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처방량은 예상치의 4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에 65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로 제한했던 투약 대상을 지난달 22일 60세 이상, 지난 7일 50대 이상 기저질환자로 넓힌 데 이어 21일부터는 40대 기저질환자까지 확대한다. 또한, 처방기관도 25일부터 호흡기클리닉(436개소)·호흡기진료지정의료기관(4023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데 필요한 효소인 프로테아제의 활성을 억제하는 치료제다. 임상 3상 시험 최종 분석 결과 고위험군이 코로나19 증상 발현 후 사흘 이내에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면 입원·사망 확률을 89%까지 낮췄다. 닷새 이내에 복용하면 88%의 효능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초기 복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증상 호전을 경험했다. 특히 41.8%는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처방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팍스로비드의 병용 금기 약물은 28개로, 이 가운데 23개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 진통제 '페티딘', 항협심증제 '라놀라진', 항부정맥제 '아미오다론', 항통풍제 '콜키신' 등이 포함된다.
항불안제 '세인트존스워트', 항간질제 '카르바마제핀'·'페노바르비탈'·'페니토인', 항결핵제 '리팜피신', 항암제 '아팔루타마이드' 등은 복용을 중단했더라도 팍스로비드를 투약할 수 없다. 신장이나 간이 안 좋은 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팍스로비드의 활용을 위해 연령별 투여 대상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가검사키트를 통한 신속항원검사만으로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투여 연령을 확대하면서 팍스로비드 처방이 점점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확진자 증가세에 따라 물량이 부족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10만4829명을 기록해 일주일 전인 13일(5만6430명)의 약 2배 규모로,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신규 확진자가 23일에는 13만 명, 다음 달 2일에는 1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팍스로비드의 전체 재고량은 2만2965명분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총 3만2000명분이 국내에 도입됐다. 추가 물량은 이달 말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화이자와 계약한 물량은 76만2000명분으로, 이 가운데 4.2%를 들여왔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위중증·사망자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팍스로비드의 연령별 투여 대상 확대 여부와 기자질환자 범위를 정리해 이번 주 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