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위 갈등, 정치권 책임…죄송하다"
"'장애 인지 예산', 누가되든 공통공약 테이블에 올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3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한다.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을 요구하며 시위에 돌입한 지 21일 만이다. 전장연은 남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후보별 입장을 기다리며 잠정 중단하겠다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에서 선전전을 열고 "심상정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언급한 이후 오늘 출근 선전전에 방문한다"며 "이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오늘로 멈춘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주요 대선후보들을 향해 장애인 이동권 예산 지원에 대한 정책 공약을 요구해왔다. 후보 중 심 후보가 유일하게 응답하면서 전장연은 '시위 중단'으로 화답한 것이다. 앞서 전장연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지원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과 탈시설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며 설 연휴 이후 20일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여왔다.
심 후보는 이날 선전전에 참석해 "모든 투쟁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이번 장애인들의 투쟁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동해야 일을 하고, 교육을 받고,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장애인들이 이 엄동설한에 그렇게 위험한 투쟁을 하고 싶으셨겠습니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부나 정치권이 귓등으로도 듣지 않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그런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런 투쟁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마지막 1분을 쓴 이유를 묻는 말에 대답하다 울컥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진보정당 창당 이래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계속 다뤄왔다. 다뤄왔는데 결국은 광역까지 가지도 못하고 기초 시군구에서 이렇게 멈춰 서 있는 걸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진보정당 20년이 만든 결과가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다른 대선후보들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사실 교통이 어려운 분들부터 먼저 서비스가 진행돼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런 요구를 하는데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하고, 이렇게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하고, 대통령 후보들한테 애원해야 하고. 그래야 할 문제입니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누가 당선되든 공통공약 추진 테이블에 자신의 '장애 인지 예산' 정책을 최우선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공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미치는 국가 예산 효과를 예산 수립과 결산 과정에도 고려하고, 이를 토대로 예산을 평등하게 배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 역시 같은 취지를 담고 있다.
그는 추후 공통공약 추진 논의 과정에서 '장애 인지 예산'을 제시하는 계획을 묻는 말에 "최우선으로 제시하려고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분들의 삶이 좋아져야, 그다음 분들의 삶도 좋아질 수 있다"고 힘줘서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하고 주거권 보장하고 또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민들 모두의 안전망을 보장하는 길"이라며 "가장 어려운 처지에 계신 분들의 권리 보장을 최우선순위로 국정운영, 예산 편성에 참고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