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목포 유세 민심 싸늘…반대 집회도
"이재명 별로지만 그래도 尹보단 낫다"
민주당에 실망한 민심도 多…"지켜본다"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나라 망한다. TV만 봐도 무서운 사람 같다. 실제로 어떤가 보러 왔다."
2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목포역 집중 유세 현장에서 만난 김 모(64) 씨는 윤 후보를 보러 나온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김 씨는 "토론하는 모습을 봐도 거짓말을 하고 대장동도 저쪽에 있더구먼. 그래놓고 이쪽으로 핑계를 댄다"며 "이재명은 공정하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윤 후보가 청년 민심을 사로잡아 여기까지 왔지만, 대통령이 되면 청년을 바로 버릴 인물이라며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호남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렸지만, 호남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표심이 일부 윤 후보로 향했지만, 아직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유세 현장 역시 다른 지역보다 적은 인원이 나왔고 박수나 함성도 적었다.
전날 익산 유세 현장에서 만난 58세 여성 김 모 씨는 본인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윤 후보가 연설하던 중 소리를 지르며 '이재명'을 외쳐 윤 후보 지지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윤 후보 지지자인 한 여성은 김 씨를 향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이에 김 씨도 가만히 있지 않고 소리를 지르며 실랑이를 벌였다.
김 씨는 윤 후보를 두고 "이재명보다 더 못한다"며 "(윤 후보의) 모든 게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이어 "나는 그저 이재명을 응원한다. 호남은 대부분 그렇다. 호남은 민주당"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다가 윤 후보로 돌아선 유권자들도 있었다. 목포에서 만난 김 모(63) 씨는 "이재명과 마누라가 하는 짓이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나쁜 짓"이라며 "그거만 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평생 민주당을 지지해왔는데 성남FC랑 대장동 그런 거 보면 윤석열이 낫다." 김 씨는 윤 후보가 유세 현장에 등장하자 주변 사람 중 가장 큰 목소리로 환호를 보냈다.
목포 유세 현장 뒤편에 멀찍이 떨어져서 윤 후보의 연설을 기다리던 조성희(50) 씨는 윤 후보를 지지해서 나온 거냐는 물음에 "말하는 걸 한 번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조 씨는 "(목포 사람들이) 이재명을 찍을지 윤석열을 찍을지, 이재명이 흠결이 많아서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땅히 내가 믿고 할 만한 후보가 없다. 우리 후손이나 자녀를 위해 어떤 대통령이 돼야 할까 이런 걸 고민하는 것 같다."
윤 후보를 바라보는 조 씨의 생각은 어떨까. 조 씨는 윤 후보가 "그나마 후보 중 제일 깨끗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어서 말을 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윤 후보를 보기 위해 충남에서 익산까지 온 지지자 최 모(69) 씨는 "민주당 정부에서 검찰 핍박을 받은 신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복 정치나 이런 걸 하지 말고 신선하게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후보의 주요 지지 기반인 20대 남성도 유세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광주에 거주하는 24세 남성 정 모 씨는 윤 후보를 원래부터 지지하진 않았지만, 유세 현장을 지켜보고 표심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마음도 아직까진 접지 않았다.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비슷해서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 남은 기간 더 지켜보고 싶다."
비교적 싸늘한 호남 민심처럼 유세 현장도 다른 지역보다 열띤 분위기가 아니었다. 익산은 100여 명, 목포는 200여 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 몰렸다. 그마저도 다른 지역에서 동원된 지지자들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보였다. 윤 후보의 발언 중간마다 지지자들이 내뱉는 함성이나, 보내는 박수도 적었다. 그래도 윤 후보는 외쳤다.
"저나 국민의힘은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김대중 정신에 가깝습니다. 이 민주당은 김대중의 민주당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윤석열이 국민의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