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 전수 "경쟁보다 즐겨라"
“기자님...하실 수 있겠어요?”
지난 18일 온·오프라인 클래스 플랫폼 탈잉이 연 오프라인 클라이밍 클래스에 도착하자마자 우려의 말을 들었다. 클래스 튜터는 ‘암벽 여제 ’김자인 선수.
수업 시작 전 김자인 선수는 조심스레 기자에게 괜찮겠냐고 물었다. 기자는 클라이밍은커녕 ‘턱걸이 0개’ 수준으로 평생 근력 운동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일단 호기롭게 대답했다. “아, 네! 일단 해보겠습니다!” 물론 그 오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김자인이 탈잉에 떴다, 클라이밍 오프라인 클래스’는 지난해 신청 당시 오픈 15초 만에 선착순 마감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세계선수권을 휩쓸고 맨손으로 555m의 롯데타워를 밧줄에만 의지해 오른 클라이밍 전설에게 직접 코치를 받을 기회인 만큼 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클래스에 참여한 직장인 김유라 씨는 치열한 마우스 클릭 끝에 친구의 양도로 어렵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 버금가는 경쟁으로 신청에는 실패했지만, 친구의 양도로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유라 씨는 수업 전 “너무 기대된다”면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수업의 커리큘럼은 준비운동, 지구력 트레이닝, 1대 1 피드백, 챌린지 트레이닝, 사인&포토타임으로 구성됐다. 김자인 선수는 특히 부상 방지를 위해 몸을 데우는 준비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자가 참여한 수업은 수강생 8명이 참여한 초급반 수업, 약 15분간 진행된 준비 운동부터 이곳저곳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자는 이제 막 클라이밍을 시작한 초보, 누워서 고관절을 돌리는 자세 등. 웬만한 근력 운동 버금가는 준비 운동에 기자는 늘 책상 앞에만 앉아있던 자신을 반성했다.
준비운동 이후 본격적인 수업은 ‘지구력 트레이닝’으로 시작했다. 수강생 한 명씩 지구력 문제를 풀면서 1:1로 피드백을 받았다. 김자인 선수는 “가까운 홀드를 잡을 때는 발을 낮춰서 상체 힘을 아껴라, 팔을 펴면서 등반하라” 등 아낌없는 피드백을 전수했다. 그는 수강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시범을 보였다.
그 다음에는 실력을 본격적으로 키울 수 있는 챌린지 트레이닝이 진행됐다. 볼더링 문제 2개를 연속으로 푼 뒤 30초 매달리기, 다시 볼더링 문제 하나를 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실 취미로 클라이밍을 하는 경우, 보통 천천히 쉬면서 문제를 풀다 보니 실력을 빠르게 키우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힘과 몸무게 때문에 “나는 안되나 보다” 하면서 ‘클태기’(클라이밍+권태기)에 빠지기 쉽다. 김자인 선수는 “무작정 오르기보다 한정된 시간에 꾸준히 이어가며 문제를 풀다 보면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강생들은 처음 해보는 트레이닝 방식에 당황하면서도 이내 곧잘 따라 했다. 클래스에 참여한 이예림 씨는 트레이닝 시작 전 “평소 잡았던 홀드보다 모양도 잡기 어렵고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곧잘 어렵지 않게 트레이닝을 해냈다.
문제는 클라이밍 2회차 기자였다. 홀드 하나하나를 잡으며 매달리기에 급급했던 기자는 김자인 선수의 팔에 받히면서 트레이닝을 마무리했다.
지구력 트레이닝 다음에는 ‘데드포인트’ 훈련 방법 수업이 이어졌다. 데드포인트는 몸을 확 끌어당겨 중력과 힘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을 이용해 다음 홀드를 잡는 기술이다.
김자인 선수는 클래스를 마친 뒤 “클라이밍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누군가를 가르친 경험은 많지 않아서 어려웠다”면서도 “클라이밍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탈잉은 김자인 선수 외에도 근대 5종 메달리스트 전웅태 선수의 러닝 클래스 등. 다양한 스포츠 스타들의 VOD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 시장이 커지며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스타 튜터들을 모집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김자인 선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클라이밍 저변 확대를 이야기해왔다. 그가 바란 대로, 한때 생소한 스포츠였던 클라이밍은 이제 홍대·강남 등 핫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인기 스포츠가 됐다. 탈잉 플랫폼의 클라이밍 VOD 클래스 역시 이러한 관심 속에 탄생했다.
김자인 선수는 “최근 늘어난 클라이밍 인기를 실감한다”면서 “완등을 하며 SNS에 올리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경쟁이 목적이 되기보다 자신만의 클라이밍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