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블록체인 업계의 ‘미싱링크(Missing Link)’로 여겨지던 STOSecurity Token Offeringㆍ증권형토큰제공) 제도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유관 공공기관에서 공식적으로 STO 플랫폼 구축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STO에 대한 신호탄을 쏜 건 한국예탁결제원이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예탁결제원은 분산원장 기반 STO 증권 인프라망을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이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언질을 주기도 했다. 이 사장은 “증권형 토큰(STO)을 전용으로 발행 및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선포했다.
STO는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 주식과 유사하게 유동화시킨 가상자산이다. STO가 실물 자산과 가상자산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STO 제도화는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이 제도 안으로 포섭될 수 있는지를 점치는 첫 단계로 여겨졌다. 앞서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2018년부터 STO 관련 내용이 꾸준히 제도 안에서 관리돼왔다.
여야의 유력 대권후보들도 블록체인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STO 제도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 방안으로 블록체인 기반 이익공유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동산 수익권을 블록체인에 올린다는 접근법은 기존의 STO와 유사한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부산 블록체인 특구를 국가 단위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특구로 확대하고, 국가 단위의 블록체인 정책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일찍이 부산에서는 STO 제도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시험무대가 한창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의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가 샌드박스형태로 지난 2021년부터 진행 중이다. 제도권 내에서 실증이 가능한 STO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부동산집합투자 및 수익배분서비스라는 사업명으로 ‘비브릭’ 플랫폼을 통한 검증이다.
비브릭 개발은 세종텔레콤이 사업을 주관했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 비브릭(B-Brick)이 플랫폼을 개발, 이지스자산운용, 디에스네트웍스 등이 자산운용을 맡았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실증특례 사업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부산시도 손을 보탰다.
블록체인 통해 실물 자산인 상업용 부동산을 잘게 쪼개 디지털화하여 증권 형태로 발행한다. 특히 위 사업에서는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이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증권을 기록하는 방식 등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 안전성과 신뢰성에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장부가 전자거래법상의 '전자증권'인지 아닌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라며 "관련한 부처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브릭은 부동산 수익증권을 잘게 쪼갠 뒤 이를 한국예탁결제원과 분산원장에 동시에 기록하는 방식을 채택해 블록체인 기술로 투자자 보호와 거래의 투명성을 담보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3월 내 대상 매물을 공개할 예정"이라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