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판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막판 협상이 결렬되면서 양측이 책임 공방을 치열하게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선의 막판 최대 변수는 단연 야권 후보 단일화였습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어느 한쪽으로도 확실하게 기울지 않은 승부의 추를 단숨에 기울게 할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 였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일단 양측은 서로 “네 탓”이라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사 직전까지 갔던 야권 단일화가 무산되기까지 상황과 함께 단일화 무산으로 복잡해진 향후 대선 상황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27일 오전 각 언론사에는 윤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날까지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 중이었던 만큼 갑작스러운 기자회견 소식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게 했죠.
역시 였습니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며 “(결렬) 이유는 저희도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사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미 한 차례 논의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협상은 흐지부지됐죠. 이후 다시 단일화 불씨가 타오른 것은 안 후보의 공개 제안 때문이었습니다. 안 후보가 지난 13일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것이죠.
이후 윤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몇몇 대리인을 통해 물밑 협상을 이어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성일종-인명진, 이철규-신재현, 윤상현-신재현, 장제원-이태규 등 총 4개의 채널을 통해 협상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 과정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측이 단일화 협상경과를 일지 형식으로 공개했는데요. 이 중 장제원-이태규 라인이 막판 전권을 위임받고 26일 오후와 27일 새벽 최종 협상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단일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합니다. 특히 TV토론 하루 전날인 24일에 문자를 통해 “여러 사람이 두서없이 나서다 보니, 제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 안 후보님을 직접 뵙고 정권교체를 위해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열망은 후보님과 저의 생각이 일치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전화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이에 안 후보 측이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자, 윤 후보는 다시 지난 25일 오전 “정권을 교체하려는 저의 생각과 안 후보님의 생각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진정성을 믿어주시기 바라며 다시 한번 제안 드린다. 오늘 TV토론을 마치고 안 후보님이 편하신 장소에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재차 제안했습니다.
이런 물밑 협상과 윤 후보 측의 문자 공세에도 안 후보 측은 확답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고 윤 후보 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 후보 측의 입장은 어떨까요. 안 후보 측은 일단 “전권 대리인 같은 개념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26일 갑자기 (윤 후보 측에서) 연락이 와 어떤 말을 할지 이 의원이 나가서 듣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일화 논의가 불발된 이유에 대해 “신뢰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경선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는데 그것이 없었다는 건 협상 상대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윤 후보 측은 단일화를 이야기하고 국민의힘은 흑색선전을 해대는 이중플레이를 보며 누군들 진정성이 있다고 느끼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측이 협상 경과 일지를 공개한 데 대해 강력하게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됐든 야권 후보 단일화는 결국 무산됐습니다. 야권 지지자들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양측은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공방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양측이 이처럼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선까지 남은 날이 한 자릿수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실 후보 단일화는 물리적으로도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단일화 무산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윤 후보 측이 협상 경과 일지까지 공개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윤 후보는 단일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표리부동한 안 후보의 태도로 협상이 결렬됐다는 점을 강조해 단일화를 지지하는 야권 지지층을 흡수하고자 하는 것이죠.
특히 현재 근소한 차위로 다수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 후보로서는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 자체가 불리할 수 있습니다.
안 후보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수차례 불발된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안 후보의 정치적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점은 안 후보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것이 반가운 모습입니다. 이미 이 후보 측은 정치개혁안을 내세우며 안 후보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안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도 윤 후보 측이 “야권통합, 단일화 끈을 저희가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단일화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이번 협상 결렬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