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새벽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기존에 보지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양국의 정규군이 전통적인 형태의 전면전을 벌이는 가운데 주요 자금줄로 가상화폐(암호화폐)가 사용되거나 SNS를 통한 심리전, 해킹 등이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또한 유튜브를 통해 키예프 거리의 실시간 모습이 24시간 중계되는 등 전쟁 상황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며 세계적으로 반전(反戰) 여론이 거세지는 등 과거 전쟁에서 볼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모두 가상화폐를 주요 자금줄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미국 등 서방에 의해 스위프트(국제결제시스템)에서 배제되는 등 정상적인 자금 유통이 어려워지며 가상화폐를 통한 제재 우회를 꾀하고 있다. 정부 등 특정 주체가 통제하기 어려운 가상화폐의 특성을 이용해 미국의 금융제재를 우회하려는 전략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사태 당시 미국의 금융제재를 경험한 뒤 가상화폐 경제를 육성해 왔다. 현재 러시아에는 가상화폐를 저장하는 온라인 지갑이 약 1200만 개 있으며, 저장된 가상화폐는 239억 달러(약 28조8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역시 정부 SNS를 통해 가상화폐 기부를 요청하는 등 가상화폐를 주요 자금줄로 활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일립틱(Elliptic)에 따르면 27일까지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는 비정부단체 ‘컴백 얼라이브(Come back alive)’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1890만 달러(약 228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기부받았다. 가상화폐 기부를 요청한 지 약 이틀 만에 모인 금액이다.
가상화폐가 핵심 자금줄로 활용되며 미국은 러시아가 보유한 암호화폐도 경제제재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보유한 가상화폐의 거래를 차단하는 등의 방안을 연구 중이다. 다만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실제 제재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리적인 전면전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사이버 테러 역시 눈에 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SNS 활용은 세계적인 반전(反戰) 여론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피신 권유에도 키예프에 남아 키예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며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SNS에 러시아군 포로가 “군사 훈련인 줄 알았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정치인이나 국가 기관에 더해 우크라이나 국민은 SNS를 통해 전쟁으로 처참해진 우크라이나의 모습을 공유하며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 형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26일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IT군대를 만들어 러시아를 상대로 사이버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국제 해커 단체 어나니머스가 러시아를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선포했다. 어나니머스는 이틀 만에 러시아 크렘린궁을 포함한 정부 웹사이트 6곳을 마비시키고, 국방부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어나니머스는 SNS에 러시아 국영TV 채널을 해킹했다고 밝혔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여러 국영 TV의 채널에서는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의 현지 모습만이 방송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장애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내 인터넷망을 해결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원도 이어졌다. 머스크는 27일 SNS를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개시했다고 공개했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의 정부 관계자 요청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더 많은 터미널이 (개통)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