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은행권, '부실 위험' 대비책도 마련하기로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이 3월 종료 예정인 자영업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다시 한번 연장하기로 협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정치권의 요청 등에 따라 이 조치를 시행한 이후 네 번째 연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해 줄 것을 은행권에 요청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정부는 현재 자영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권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0개 은행장도 금융위의 조치 연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등 기존 조치들을 일괄적으로 연장된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 시행 기간을 6개월 더 추가해 9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세부 방안은 금융권과 협의해 마련할 방침이다.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 시행됐으며 이후 6개월 단위로 세 차례 연장된 바 있다.
단, 금융위와 은행권은 이번 조치를 연장하면서 자영업자가 일시적 상환충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준비하는 동시에, ‘부실대출’의 위험성에 대비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고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자영업 경영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누적된 자영업 부채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됐다”라며 “현재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차주의 부실화 가능성 등에 대해 면밀한 미시분석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석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금융권과 논의하며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까지 이 조치에 따라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39조4494억 원에 이른다. 이자 유예액(664억 원)으로 추산한 대출 원금까지 더하면 총 140조5067억 원의 잠재적인 부실 대출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위와 은행권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돕기 위해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 구축 등을 위한 제도적 여건 조성, 은행의 겸영·부수업무와 자회사 소유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부분적 규제 정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달부터 금융업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은행법·보험업법·여전법 등 금융업법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이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로 전환하여 국민에게 지금보다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플랫폼 경쟁력 강화가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금융계열사 간 정보 공유 완화와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범위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이 자산관리 부문에서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신탁가능 재산 범위 확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일임 서비스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은행권에 글로벌 변동성 확대에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고 위원장은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등 금융제재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라며 “금융제재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금융회사도 대(對)러시아 익스포져는 크지 않지만, 위기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유동성 관리 등 사전적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국민의 어려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