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더십 발휘...국제사회 단합과 신속한 대응 이끌어 내
제재 동참한 동맹으로 한국, 유럽, 일본 등 언급
러시아 항공기 미국 운항 금지 등 새 제재도 발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 나섰다. 국정연설의 시작과 끝은 모두 러시아의 명분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내용이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유 질서에 맞서는 오판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독재에 저항하는 자유세계의 의지 강화였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6일 전, 푸틴은 자신의 위협으로 자유세계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가 직면한 것은 상상하지 못한 ‘힘의 벽’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세계에 보여주자며 의원들의 기립을 유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엇보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서방사회가 단합된 행동에 나선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국이 들인 노력도 치켜세웠다. 그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를 연합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푸틴의 계획과 거짓 선전을 이들과 공유하며 동맹국을 통합하는 데 셀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자 우크라이나 주변국에 미군을 추가 배치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으로부터 신뢰와 지도력을 얻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서방과 나토가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과신했다”며 “푸틴은 틀렸다. 우리는 준비돼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러시아 제재 조처에 동참한 국가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과 함께 한국도 거론했다. 바이든은 “독재자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더 많은 혼란이 초래된다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고 강경 대응을 옹호했다.
실제 서방사회의 대응은 신속하고 과감했다. 주요 7개국(G7), NATO,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물론 ‘중립국’ 스위스도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모든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운항을 금지한다는 새 제재 조치도 밝혔다. 앞서 EU와 캐나다가 취한 조치에 동참하는 것으로 바이든은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EU의 러시아 신흥재벌 올리가르히 제재에 발맞춰 법무부에 이들의 범죄를 전담해 수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서방사회는 러시아 국책은행을 시작으로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을 제재 목록에 올렸다. 이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전격 퇴출시켰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EU는 오랜 방침까지 수정하며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1000정·스팅어미사일 500기 등 무기와 무기 구입 자금용으로 현금을 지원했다. 미국도 추가로 3억5000만 달러(약 4217억 원)의 군수물자 원조를 밝혔다. 바이든은 이날 국정연설에도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청, 연대를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리더십을 발휘, 국제사회의 통합과 연대를 이끌어 냈다.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는 연설 마무리도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바이든은 “지금은 책임의 순간이고 결의와 양심, 역사 그 자체에 대한 시험”이라며 “바로 이 순간 우리의 인격이 형성되고 우리의 목적이 발견되고 우리의 미래가 구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국내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에 대해 “최고 우선순위는 물가 통제”라며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서 더 많은 차와 반도체를 만들자”며 생산 능력을 향상시킬 것을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미국과 맞서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