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사람의 마음(정신)은 ‘기분’과 ‘생각’으로 대변된다. 그리고 그 둘을 통제하는 것이 ‘자아’이다. 그래서 마음에 대하여 설명을 해야 한다면 주로 이 세 가지로 말한다. 기분을 높낮이로 구분한다면 들뜬 기분과 가라앉은 기분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들뜸과 가라앉음의 양 끝을 기점으로 기분이라는 행성이 공전한다. 그런데 지속하는 강한 스트레스와 생물학적 유전 요인이 겹쳐지면 기분은 정해진 공전의 궤도를 이탈하여 극도로 들뜬 기분까지 치닫거나 극도로 가라앉은 기분의 바닥을 칠 수 있다. 이렇게 정해진 궤도를 넘어선 극단의 기분 상태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순환의 주기를 갖는 마음의 상태를, 정신의학에서는 ‘조울병’ 혹은 ‘양극성장애’라고 명칭한다. 즉, 극도로 들뜬 조증 상태에서 마치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과대한 생각에 빠지고 그 생각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과 행동에 몰두한다. 그러면 가족이나 주위 사람도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고갈돼, 질주하던 차의 엔진이 꺼진 듯 멈춰 서게 되면 이내 신체적 고통을 동반한 우울 상태로 빠져 버린다. 그런 조증 상태와 우울 상태가 주기적으로 순환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헤밍웨이 같은 예술가들은 조증 상태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자신의 믿음과 열정에 심취하여 밤낮으로 몰두하게 되었을 때 마침내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신건강 상담 현장에서 이러한 성공모델보다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기분 변동으로 고통의 하루를 힘겹게 부여잡아야 하는 생존 모델을 더 많이 만났다.
지구가 공전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태양과 적당한 거리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안녕을 위한 숭고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 지구에 불어닥친 이상기후의 징후들이 수십억 년 동안 유지되어오던 축복을 위협하고 있는 것임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우리의 기분도 일정한 궤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축복이다. 그런데 정해진 기분의 궤도를 벗어나는 정신질환 발병률이 현대인들에게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상기후는 물론, 이상기분도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구를 든든하게 끌어당기면서 365일의 축복을 내려주는 태양처럼, 우리 마음도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끌어당겨 주는 든든한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따뜻한 인간관계와 변치 않는 사랑, 바로 마음의 태양일 것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