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협력 MOU 체결
한국과 멕시코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14년 만에 재개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타티아나 클로우티에르 멕시코 경제부 장관과 회담하고 한-멕시코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3일 밝혔다.
두 나라는 상반기 중 1차 협상 개최를 목표로 이달 중 예비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과 멕시코는 2006년 FTA 전 단계 격인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을 개시했으나 멕시코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2008년 관련 협상이 중단됐다. 이후 2016년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상 재개에 합의했으며 작년 8월과 10월 통상장관 회담, 11월 차관급 협의를 거쳐 후속 절차를 전향적으로 추진해왔다.
산업부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아시아와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이자 공급망 다변화의 거점으로서 전략적인 통상협력이 필요하다는 양국 간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중 우리나라의 1위 교역상대국이고, 한국은 멕시코의 아시아 2위 교역국이다.
또 멕시코는 지정학적으로 북미와 남미 지역을 잇는 위치에 있고 북미·남미·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FTA 네트워크를 보유해 우리나라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10대 수출국 중 홍콩과 대만을 제외하고 유일한 FTA 미체결국이어서 FTA 체결 필요성이 컸다.
멕시코의 높은 관세율과 양국 간 상호보완적 무역구조를 고려하면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 업계의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멕시코와 무역협정이 발효된 일본과의 상대적인 경쟁 열위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한-멕시코 FTA는 전통적인 상품·서비스 교역 확대 및 투자 촉진뿐 아니라 공급망 복원력, 기후변화, 디지털 통상 등 신(新)통상 분야에서 양국 간의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통상장관회담에서 여 본부장은 공급망 안정성과 복원력 확보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멕시코 측에 제안했다. 이에 양측은 공급망 협력 기반 미련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실무협의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했다.
또 여 본부장은 4월 중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 우호 회원국들과 긴밀하게 공조·협력해줄 것을 멕시코 측에 요청했다. 멕시코 측은 한국의 CPTPP 가입을 지지한다며 우리 측의 준비 상황을 지속해서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올해 상반기 내 한국의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 협상을 개시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멕시코 현지에서 훌리오 호세 프라도 에콰도르 생산통상투자수산부장관과도 화상 회담을 하고 2016년 11월 이후 중단된 한-에콰도르 SEC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2016년 5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상품양허 격차 및 에콰도르의 과도한 개발도상국 특별대우 요구에 대한 입장차 등으로 인해 그해 11월 이후 협상을 이어가지 못했다.
양국은 한-에콰도르 수교 60주년을 맞아 연내 SECA 협상을 타결하도록 노력하기로 했으며 관세·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투자, 기술, 인력교류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뜻을 모았다.
산업부는 에콰도르는 석유·광물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중남미 지역의 진출 거점일 뿐 아니라 최근 적극적인 대외 개방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SECA가 체결되면 우리 기업의 중남미 지역 수출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 본부장은 멕시코 현지에서 지난 2일까지 상·하원 의원 면담, 자동차산업협회장을 포함한 주요 산업계 인사와의 면담 등 아웃리치(접촉·설득) 활동을 벌였다. 이후 미국의 러시아 수출통제 관련 협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발했으며 3∼4일 이틀에 걸쳐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 고위관계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