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부 '주거사다리' 제역할 못해
모든 임대주택 '주거의 질' 확립하고
'표준임대료'로 과도한 인상 막아야
차기 정부는 자가소유를 최종 목표로 하는 주거정책에서 ‘실수요자’가 아니라 저소득 월세가구와 주거취약계층을 주거 정책의 최우선 대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복지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3일 김기태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의 '자가촉진에서 임차지원으로 주거정책 전환' 보고서를 통해 차기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의 주거정책 전환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주거정책은 세입자의 자가소유를 목표로 하는 주거사다리 정책이었다. 이는 집을 구할 수 있는 계층에는 여러 혜택을 주지만 임차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미약한 불균형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자가소유를 최종목표로 하는 주거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40년간 자가소유율과 자가점유율은 60% 내외에 정체돼 있다.
또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금융 레버리지를 통한 주택 구입 기회를 빼앗고 자산을 축적한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게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주택가격이 이미 과도하게 상승한 시점에서 주거사다리를 통한 자가소유를 강제하는 정책은 주택가격 상승의 동력이 되는 동시에 이를 동력으로 삼기도 하는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구의 수가 점점 증가하지만, 주거급여는 지원 대상이 협소하고 그 외 월세 지원은 실질적 주거비 지원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자가를 소유하든 세입자로 살든 경제적으로 공평한 점유중립(tenure-neutral)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유중립은 주거에 있어 소유와 임차 간 경제적으로 공평한 상태, 정부의 주거정책에 있어 특별 보조금, 세금 감면, 특정 가구에 한정된 점유형태 등 차별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를 위해 저소득 월세가구와 주거취약계층을 주거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아 모든 임대주택의 주거 질을 확립하고 표준임대료를 추진하며 현재 중위소득 46%에게 제공되는 주거급여를 중위소득 100% 계층까지 대폭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저소득 월세가구는 주거급여 소득기준선을 초과하지만 보증금 대출을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연소득 1000만~2300만 원의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며 부모로부터 이전받을 자산이 거의 없는 계층이다. 이들은 사실상 주거사다리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이나 지하·옥탑과 같은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주거빈곤 가구 역시 개별 정책 단위 대책을 넘어서는 조치가 요구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향후 10년 내 지하·옥탑 거주 종식이나 2030년까지 주거빈곤 가구를 100만 가구 미만으로 해소하는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는 주거사다리 지원 대신 임차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임대차시장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하고 최저주거기준 강행규정 강화, 보증금의 일정 비율 이상 예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주거비 지원은 지역별 표준임대료 도입이 필요하고 공공의 주거 지원을 받는 주택에 대해서만 우선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금 대신 재정을 투입해 임차 가구에 대한 주거비 직접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소득이 기준중위소득의 45%에 가까울수록 약 15만 원 정도를 지급하고 기준중위소득의 100%에 가까울수록 지원금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가정해 평균적으로 가구당 10만 원 정도의 주거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예산은 연간 약 2조7900만 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