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따라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 희비가 갈리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에다 올해 아파트 분양이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지난해 ‘묻지마 청약’에서 올해 ‘청약 통장을 아끼기’로 분위기가 반전된 모습이다.
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올해 서울에 나온 아파트 분양은 총 4건이다. 이 가운데 3건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는데 이들 단지의 경우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거나 최고 경쟁률이 두 자릿수에 그치는 등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해 희비가 교차했다.
지난달 28일부터 4일까지 청약을 받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22개 주택형 가운데 6개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전용면적 18~78㎡, 총 145가구를 모집한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미달 물량이 나왔는데 전용 18~23㎡ 등 초소형 주택형에서 29가구가 미달됐다.
같은 기간 분양에 나섰던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도 아쉬운 청약 경쟁률을 받아들었다. 이 단지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 계약금이 대개 20%인 것과 달리 계약금 10%에, 중도금 40%는 이자후불제까지 적용돼 자금 마련에 혜택을 줬지만, 해당 단지 최고 경쟁률이 나온 곳은 전용 44㎡ 유형으로 6가구 모집에 224건이 접수돼 37.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39㎡와 59㎡ C유형의 경우 경쟁률이 모두 17대 1에 그쳤다.
이들 단지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 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특히 후분양 아파트인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전용 78㎡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11억4780만 원이었다.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은 나홀로 아파트임에도 전용 59㎡의 분양가가 8억2750만 원에 달했다.
앞서 서울 첫 분양 단지였던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역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전용 84㎡형 기준 분양가가 9억9600만~10억3100만 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됐는데 그런 탓에 전용 84㎡A·B·C형의 경쟁률은 각각 22대 1, 18대 1, 16대 1에 그쳤다.
반면 지난달 서울 영등포에 나온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는 1순위 해당지역 청약을 접수한 결과, 57가구 모집에 1만1385건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200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올해 서울에 나온 아파트 분양 가운데 유일하게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가가 5억5000만 원~6억7000만 원 사이에 형성됐다. 인근에 있는 당산계룡리슈빌3단지의 전용 49㎡가 9억 중반대에 매매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했다.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라 올해 아파트 청약 시장의 온도 차가 컸는데 이는 개인별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결과다. 게다가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물량은 3만6204가구로, 수요자들은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분양에 청약 통장을 쓰는 이른바 ‘옥석 가리기’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최근 나온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며 “대출 규제 강화로 잔금까지 치를 수 있는지 자금력을 따져본 후 청약을 넣어야 하고, 올해 분양 물량이 많은 편인 만큼 청약통장을 아껴서 신중하게 사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