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공룡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떨치기 시작하면서 이에 맞서려는 각국의 노력도 심화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를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
한국은 법적 틀을 마련해 빅테크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공정한 IT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시스템을 포함한 특정 결제 수단을 앱 개발사에 강제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지위를 바탕으로 앱 개발사에 ‘갑질’을 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당초에 구글이 자사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에서 인앱결제를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의무화하고 결제 수수료도 30%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IT업계가 반발한 데 따라 문제가 대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단 의식이 형성되면서 법안도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플랫폼 사업자가 사업을 확장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부정행위나 지배력을 이용한 부당행위가 있다면 그건 규제 대상”이라며 “기업의 모든 행위가 지배력을 이용해 소비자를 ‘록인(Lock-in)’ 시킨 상태에서 지배력을 갖고 부당행위를 하는 것이 문제냐 아니냐를 따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앱결제 외에도 빅테크를 저격한 논의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이 논의 중인 가운데, 망 이용대가 지급도 화두로 떠올랐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트래픽을 대거 발생시키고 있지만 정작 네트워크 구축 비용 등 망 이용대가를 공정하게 내지 않고 있다며 갈등이 불거졌다. 이어 정부와 국회에서는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CP)도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한 상태다.
다른 나라도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있다. 유럽 이동통신사 13곳이 빅테크에 의해 네트워크 트래픽 상당 부분이 발생하고 있지만 망 구축 비용은 내지 않고 있단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유럽과 북미, 아시아 인터넷·이동통신 사업자가 모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유무선 인터넷망 투자 비용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승인하면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진 상태다.
또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이슈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미국 기업인 구글에 대한 반독점 관련 견제가 점차 심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2017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상대로 자사 플랫폼을 강화하고자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또한 EU 차원에서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를 개인·업계와 공유하는 내용의 법안을 비롯해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 등 다양한 규제를 준비 중이다.
빅테크의 고향인 미국에서도 이들의 반독점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각)에는 빅테크의 앱 수수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가 통과시키며 구글·애플의 독점 행위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와 주 정부도 구글 등 빅테크를 상대로 반독점법을 비롯해 소비자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수십 건의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