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
미국 경제 상대적 양호함에 달러 베팅 늘어
유럽서 전쟁 벌어져 유로 팔고 달러 사들이기도
미국 달러 몸값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에 몰려든 영향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지난주 98.92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요동쳤던 2020년 5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2.1% 상승해 주간 기준으로 5년래 최대 상승폭도 기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의 귀환을 재촉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완전히 꺾였다. 투자자들은 주식 대신 달러, 국채, 금 등 안전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지난주 뉴욕증시 S&P500지수가 1.3% 하락한 반면 금값은 4.2%나 뛰었다.
특히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누리고 있어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 기대감이 결합해 달러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작년부터 강세를 보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말 금리인상에 나설 것임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달러 가치가 급등을 부채질했다. 시장은 유럽 경제 성장이 전쟁과 제재 여파로 저해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미국 경제는 유럽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덜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상당히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 노동부는 4일 공개한 2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가 67만8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 43만 개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실업률도 3.8%로 시장 전망치(3.9%)를 하회했고 전월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전쟁이 유럽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ING의 전략가인 프란치스코 페솔은 “유럽 시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현시점에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유로 대신 달러를 사들이는 배경이다.
다만 강달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달러가 상승하면 다른 통화 수익은 하락한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포함 기업들의 매출 가운데 40%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