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람보가 되고 싶나요?”...우크라이나 의용군 지원하고 싶다면 꼭 알아둬야 할 것

입력 2022-03-07 17:05수정 2022-03-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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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한 공원에서 정부군과 의용군이 러시아군 침공에 대비해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지원군이 2만 명에 달한다”

6일(현지시각)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바다. 쿨레바 장관은 “모두 52개국에서 자원자가 왔다”며 “대부분은 유럽에서 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우크라이나를 직접 돕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의용군’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외국인 지원자들을 위한 국제 군단을 창설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이달 3일 국제 군단이 창설돼 1만6000명이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와 해외에서도 지원할 수 있다는 정보는 세계 각국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5일 "3000명 이상이 워싱턴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의용군 지원 관련 문의를 하거나, 실제로 우크라이나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퇴역군인이다. 22년간 미군에서 복무한 퇴역군인이자 우크라이나 의용군 지원을 원하는 매튜 파커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온 미군 병사가 생각나 참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미 해병대 출신이자 4일 우크라이나 합류를 위해 폴란드로 향한다는 헥터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사태 해결에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은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고 의용군 자원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동영상 연설을 하고 있다.
NYT는 미국 퇴역군인들의 잇따른 참전에 대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민주주의를 전파하겠다는 임무에 실패했던 경험을 이번 의용군 합류를 통해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이후 연설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평화와 민주주의를 거듭 강조해왔다.

레딧, 디스코드 등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우크라이나 의용군 지원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군 전문매체 밀리터리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자원입대 희망자를 모은 레딧 페이지에 3만2000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가입돼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우크라이나 의용군 지원에 나섰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자위대 출신을 포함한 일본인 남성 70여 명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 국제 군단에 합류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이근 씨가 참전을 위해 6일 우크라이나로 떠났다고 밝혔다.

이 씨는 SNS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의용군 참전 계획을 알렸다. 그는 “공식 절차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출국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로 마찰이 생겼다”며 “여행금지 국가에 들어가면 범죄자로 취급, 처벌받을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씨는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살아서 돌아가면 다 책임지고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

현재 이 씨는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보로디얀카의 주거지역에 있는 아파트가 러시아군의 폭격에 초토화한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

의용군들의 높은 사기와 달리 각국 정부는 이를 만류하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인의 우크라이나 자원입대에 대해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도울 방법이 많다”며 직접적인 전쟁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또 몇 주 전 미국 정부가 공식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내 미국 시민들에게 즉시 철수를 촉구했던 것을 언급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일 “일본 외무성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피령을 내렸다”며 “방문 목적에 상관없이 우크라이나 여행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외무부 역시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방문해 전투하거나 분쟁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경우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달 27일 BBC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여부는 개인의 결정이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국뿐 아니라 전체 유럽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영국인들이 이를 지지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도록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외무부 공지와 반대되는 답변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씨의 출국과 관련해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의용군 지원을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 덴마크는 자국민이 우크라이나에서 무기를 들 수 있도록 허용해 의용군 지원을 합법화했다.

▲(레딧 캡처) 우크라이나 의용군 참전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레딧 커뮤니티, 실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방법과 참전 인증 등이 공유되고 있다.

각국의 우려와 달리, 우크라이나 측과 국내외 누리꾼들이 주장하는 외국인 의용군 참전이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무모한 도전이 실제 참전으로 이어질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밀리터리타임스는 레딧의 우크라이나 참전 커뮤니티에 많은 이용자가 모인 것을 두고 “참전 용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대부분 전투는커녕 총도 든 적 없는 젊은이들로 보인다”며 “그럴싸한 명분으로 모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하길 원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프루멘타리우스(frumentarius)'라는 필명을 쓰는 미국 네이비실 장교 출신 퇴역군인은 미 군인 커뮤니티 플랫폼 '샌드박스(SANDBOXX)' 칼럼을 통해 “당신은 람보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혼자서 러시아인을 죽이고 셀카를 올리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고 싶다면 미 국무부에 먼저 문의하라”며 “공식적으로 자원하는 방법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언을 따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의용군으로 합류한다면) 당신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군용 기계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며 “군 시스템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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