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캠코 통해 중소법인 부실채권 채무조정지원…은행권, NPL 시장 진출
금융권이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 대출이 경제의 부실뇌관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실채권 처리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중소기업 대출 지원 확대와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ㆍ상환유예 조치 연장으로 이들 대출의 부실 규모가 표면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금융권은 이 대출이 곪을 대로 곪았을 수 있다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며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권은 이들 대출과 관련한 부실채권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며 이곳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안으로 중소기업 부실채권 인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중소법인 부실채권(고정 이하ㆍ연체 6개월 이상) 인수 후 채무조정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별로 기업대출 차주 유형별 경영상태, 유동성을 점검하도록 하고 필요 시 유동성 공급, 채무경감, 선제적 구조조정 등 맞춤형 지원·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올해 말까지 기업금융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서 관련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분석하는 ‘기업금융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 대출에 대한 잠재리스크 점검을 강화한 것은 이들의 부실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분, 취약하신 분, 더 위험한 상황인 분들도 계실 수 있다”라며 우려를 전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정권이 바뀐 뒤 중소기업, 개인 사업자 관련 대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보고 있는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은행권에서도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 대출 부실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8760억 원을 쌓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의 대비책이다. 금융감독원은 전일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각 은행에 권고했다.
시중은행은 부실채권(NPLㆍ무수익여신) 시장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NPL전문회사인 ‘우리금융F&I’를 출범했으며, 하나금융그룹 역시 하나에프앤아이를 통해 NPL 사업에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NPL 전문회사는 금융사로부터 싸게 사들인 NPL을 구조조정한 뒤 매입가보다 높게 매각해 수익을 올린다. 부실 관련 기업과 물량이 늘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다.
결국, 은행권이 NPL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결국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의 부실 가능성을 크게 내다봤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규모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2020년 1월~2022년 1월) 173조4729억 원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직전 3년 평균치인 42조1000억 원과 비교할 때 2배에 가까운 증가폭이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외감기업 대비 한계기업 비중은 15.3%로 전년 대비 0.5%포인트(p) 상승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수 기준 비중이 16.2%로 대기업(11.5%)보다 더 높았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에 따른 지원 규모도 284조4000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