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객 안전을 위해서 타협하지 않는다.”
갤럭시S22 제작에 참여한 한 삼성전자 직원은 지난달 22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게임성능 제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여기서 ‘고객 안전’은 스마트폰의 ‘발열’이다. 게임 같은 고성능 앱 작동 시 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삼성은 이를 ‘GOS(Game Optimizing Serviceㆍ게임 최적화 서비스)’로 잡고자 한 것.
지난 2016년 발화 사고로 출시 54일 만에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트라우마’가 있는 삼성이 발열에 대해 예민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150만 원에 육박하는 제품을 구매하고도 수년 전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GOS 이슈로 소비자들의 예약 취소 및 환불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또 과장 광고에 속았다며 개설된 ‘갤럭시 GOS 집단 소송 방’ 카페의 회원 수는 현재 6600명을 넘어섰고 관련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삼성은 소비자의 반발을 잠재우고자 온도 제어 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GOS 옵션 선택권을 주는 ‘타협’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의 눈에는 미봉책으로 보일 뿐이다.
문제는 이번 이슈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불신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블라인드 등에서 어느 삼성전자 직원은 “결국 발열 문제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문제”라며 “당초 계획된 삼성 엑시노스2200 채용이 무산돼고 급하게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들어간 것도 원가 절과 내부 소통 부족, 파운드리 수율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AP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다. 이번 GOS 이슈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 AP의 불안정성과 수율 문제를 드러낸 셈이 됐다. 단순 스마트폰 소비자뿐 아니라 고객사들에도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에서는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격차를 벌리고 있으며 AP는 애플과 미디어텍이 앞서고 있다. 말 그대로 삼성은 진퇴양난이다.
퀄컴이 ‘스냅드래곤8 2세대’부터는 TSMC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2.9%로 애플, 미디어텍 등도 TSMC의 고객사다. 삼성의 점유율은 17.3%(2위)다.
결국 신뢰 회복이 핵심이다. ‘고객 안전’과 타협하지 않으려면 성능을 제한할 게 아니라 지나친 원가 절감을 지양함과 동시에 안전을 담보할 AP를 선보여야 한다. 또 (내부 직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구성원 간 신뢰 있는 소통을 전제로 수율 안정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