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에겐 하락기가 호황
저가 낙찰 확률 오히려 더 높아
세입자·권리분석은 기본
자금 조달·수익률 목표 등
자신만의 '매수 철학' 세워야
부동산은 습관처럼 접해야
계속 정보 찾아보고 자금 마련
조급해하지 말고 관심 가져라
최근 수년간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격동기였다. 수억 원에 달하는 집을 매수하는 주체는 주로 40대 이상이었는데 최근 2030 젊은 세대의 아파트 매수 행렬이 이어지며 ‘영끌족’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채널엔 부동산 관련 콘텐츠가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꼽히며 수없이 오르내렸고, 꾸준한 수요가 이어졌다.
집을 매수하는 여러 방법 중 ‘경매’가 주목받은 것도 이즈음이다. 경매는 투자의 개념이 강했는데 집값이 급격히 오르고 매물이 잠기면서 ‘내 집 마련’의 수단으로 경매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지난해 경매 시장은 신규 참여자의 진입이 늘며 연이어 신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여파로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밑도는 등 예년만 못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경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경매에 뛰어들기 좋은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경매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가 아닌 하락기에 더욱 빛을 내는 매수 방법이기 때문이다. 무료 경매정보 제공사이트 ‘경매마당’의 이송희(36) 대표 역시 경매를 공부하기 가장 좋은 시기로 ‘바로 지금’을 꼽았다.
이 대표는 “경매시장에도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있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일 때 경매 시장 지표는 호황을 나타내지만, 경매 참여자들에게는 외려 하락기가 호황이다. 하락기에는 매물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공격적인 매수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감정가에 맞춰 혹은 그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낙찰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에 타격을 입어 공실이 늘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에 부담이 커지면서 상가 수익률과 별개로 입찰가가 낮은 상가 매물이 경매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에 접어든 지금이 경매 공부하기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2030세대 젊은 집주인이 크게 늘었다. 이들이 부동산 매수의 방법으로 경매를 택하면서 경매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이 대표는 “경매마당을 론칭한 2019년도만 해도 주된 이용자층은 45~65세였는데 지금은 35~44세 이용자가 가장 많다”며 “자체 설문조사를 해보니 사이트 이용자의 70%가 경매를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경매는 세입자의 명도 저항 여부, 권리 분석 등 사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아 진입장벽이 높은 매수 방법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경매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사안으로 ‘매수 철학 세우기’가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 경매를 배우는 사람들은 어려운 용어에 집착해 이론부터 무작정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너무 어려워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경매 시장에 진입하기 전 가장 중요한 건 목표하는 수익률이 얼마인지, 실거주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 현재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관심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등 매수와 관련한 자기만의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매로만 물건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아닌, 경매는 물건을 사들이는 여러 방법의 하나라는 생각으로 부동산 전반에 관한 관심을 가지며 좋아하는 물건을 찾아보는 게 우선 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입지는 어떤지, 주변 실거래 가격은 얼마인지 등 부동산 가치를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고, 최적의 매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대개 경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저가 매수’를 떠올린다. 경매 입찰가는 감정가인 만큼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멀다고 급등하는 상승기엔 입찰일보다 최소 6개월 전 책정된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경매는 물건을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수단이 맞지만,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매수하겠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정가는 6개월이나 1년 전 책정되는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낙찰가율이 100%를 웃돈 건 그렇게 낙찰받아도 시세보다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경매로 매수하면 저렴한 게 맞지만,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사려는 환상을 갖고 유찰을 기다리다 좋은 물건을 놓칠 수 있다. 수익률을 정확히 정하고, 감정가 수준 혹은 시세보다 몇천만 원이라도 싸게 사면 좋다는 생각으로 경매에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경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가격이 아닌, 시세가 없는 물건이라도 감정가로 편리하게 매수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아파트가 아닌, 상가, 단독주택, 토지 등은 시세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거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경매로 나온 물건은 대법원에서 감정을 해주니까 보다 편리하게 매수할 수 있고, 아파트에만 관심 두던 사람도 경매를 통해 다양한 물건에 관심 두고 접근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매마당은 2019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무료 경매정보 제공 사이트다. 창립자인 정승무 대표는 경매물건을 탐색하고 입찰하는 과정에 필요한 정보가 돈을 지불하는 특정인에게 제공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부동산 경매 대중화를 목적으로 경매마당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경매마당 창립 전부터 정 대표와 함께 사이트의 전략 기획 및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대표로 선임돼 현재 정 대표와 공동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경매전문업체는 유료 회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만, 경매마당은 권리분석에 필요한 등기부등본, 경매물건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정리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경매 입문자를 위한 온라인 클래스를 론칭했고, 입찰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문가와 함께 해소할 수 있도록 경매 전문가 매칭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했다.
경매마당은 경매정보 전달 플랫폼에서 나아가 업계 최초로 경매물건 추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이용자마다 가격이나 입지 등 경매 매물을 볼 때 우선순위가 달라 원하는 매물을 검색할 때 일일이 선호하는 내용을 설정한 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이용자 빅데이터를 통해 선호도에 맞는 매물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고안 중이다. 올해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비스 시작 4년 차인 스타트업 경매마당은 앞으로 경매정보 전달 플랫폼에서 나아가 부동산 투자 통합 플랫폼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로 달려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단순한 정보지에서 나아가 커뮤니티 형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 이용자들의 편리성을 높이는 서비스 개선을 이뤄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늘려 경매마당 자체가 가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경매에서 나아가 매매 매물도 함께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기대하고 있다. 경매와 매매, 모두 부동산 매수 방법의 하나인 만큼 어떤 걸 통해 매수하면 더 유리할지 고민하고 비교해볼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경매 전문가로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부동산은 습관처럼 접해야 한다. 심리, 호재, 정책 등 많은 게 얽힌 게 부동산인 만큼 어떤 물건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계속 정보를 찾아보며 자금을 마련하고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그 기간을 조급해하지 않고 습관처럼 계속 관심 가질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