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새 정부의 경제개혁 과제

입력 2022-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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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은 김대중정부 이후에 제대로 된 경제개혁이 없었다. 노무현정부는 고민은 많았지만 실행한 것을 찾기 어렵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과 함께 어울리지도 않는 녹색성장을 주장하다 끝났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말했지만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 혁신성장에 이어 한국판 뉴딜까지, 우왕좌왕하다 집값 집세만 올렸다. 윤석열정부도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여기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어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의 목표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다. 여기에는 일부 극단적인 분배주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룰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괜찮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기본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여러 요인이 지적되지만 직업 간 과도한 보상 격차와 비싼 집값·집세인 듯하다. 또한 이 둘은 분배구조를 악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잘하면 성장과 일자리, 분배의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은 좋은 직업과 그렇지 못한 직업 간의 보수와 안정성 등 종합적인 보상 격차가 너무 크다. 여기에다 좋은 직업은 민간 부문보다는 대부분 공공 부문에 있다. 관료와 판검사, 교수와 의사 등 전문직,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등이다. 이들 직업의 높은 보수는 시장이 아니고 법과 제도에 의해 결정된다.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직업 간 과도한 보상 격차는 노동시장의 불균형, 사회의 신뢰성 저하, 기업 경쟁력 약화, 소비 부진, 혁신능력 훼손 등을 통해 한국의 저성장을 고착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 격차는 일자리를 아주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로 양극화시켜 중간 정도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둘째, 비싼 집값 집세는 건설경기 호황을 통한 성장 확대 효과는 조금 있지만 국민경제 전체에는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경제정의 실종, 양극화, 소비와 투자 부진, 경쟁력 약화, 금융 불균형, 출산율 저하, 세대 간 부당한 소득이전 등이다. 가히 만악의 근원이다. 공급 측면, 수요 측면, 산업과 기업 측면 모두에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당연히 성장 제약을 통해 일자리 창출도 방해한다.

결국 개혁의 기본방향은 직업 간 과도한 보상 격차의 축소와 집값·집세의 하향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액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과 국민경제에 기여한 것보다 더 많이 받는 사람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이 모두에게 좋은 정책은 제대로 된 개혁방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먼저, 보상체계 개혁은 좋은 직업의 특혜 축소와 취약계층의 지원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공한 정치인, 관료와 교수, 의사 등 전문직, 금융기관 경영진 등의 높은 보수는 낮추고 보호막도 없애야 한다. 우선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장·차관 등 정치지도자부터 먼저 보수를 줄이고 특권을 내려 놓는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실업급여 확충, 임대료 안정 등의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권계층의 특혜 축소 없이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만을 강화하는 정책은 반발하는 사람이 없어 추진이 쉽지만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으로 집값·집세의 하향 안정이다. 부동산은 한국 기득권층의 공통이익이고,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에 목맨 사람이 너무 많아져 개혁이 쉽지 않다. 여기에다 급등한 집값·집세가 최근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조정을 받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에 대한 두려움도 생길 수 있다. 그래도 지속적인 공급 확대와 함께 부동산에 대한 특혜를 줄이고, 부동산 규제를 알기 쉽고 투명하게 하여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게 하여야 한다. 집 가진 사람의 지지를 받기 위한 섣부른 세제 완화는 집값·집세의 재상승과 부동산불패 신화의 고착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를 계속 제약할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제도는 정책당국이 부동산에 특혜를 안 주는 척 꼼수를 부리는 과정에서 복잡하고 불투명해졌다. 특히 부동산 가격은 공시지가, 기준시가, 시가표준액, 실거래가격, 감정평가액 등으로 복잡다기하다. 이 중 공시지가는 조세와 부담금의 기준이지만 시가의 20%에서 80% 정도로 편차가 아주 크다. 이것이 부동산 특혜의 시작이며, 불공정하다. 공시지가 제도를 폐지하고 부동산도 금융자산과 같이 실거래가격에 기초한 시가평가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이때 세금이 많이 오른다면 세율을 낮추면 된다. 부동산에 대한 또 다른 특혜는 실현된 소득인 주택임대소득을 거의 과세하지 않는 것이다.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최소한 금융소득 이상 과세하여야 한다.

과도한 보상 격차와 비싼 집값·집세 등 구조적 문제 이외에, 우리를 둘러싼 거시경제 여건과 국제교역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신냉전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이것들은 주어진 외부 요인이지만 기초체력이 강하고 국민의 단합이 있다면 극복이 어렵지 않다. 한국경제의 개혁이 더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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