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부산 이전' 대상에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은행권 부산 이전 공약을 내세우면서 산업은행 등 다른 서울 소재 공공 금융기관과 시중은행, 외국계 은행까지 이전 요구를 받을까 좌불안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을 비롯한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기중은행, 외국계은행 등은 윤 당선인이 은행권 본점 이전 공약을 어떠한 방향으로 처리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산은뿐만 아니라 여러 은행 역시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이 현실화될까 우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산업은행과 시중은행, 외국계 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내세웠다. 대선캠프 정책위원이었던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선 부산에 산은과 같은 대형 정책금융기관 유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면서 이 같은 공약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15일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서 “국회를 설득해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 부ㆍ울ㆍ경 금융 공급의 허브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이달 4일에는 부산 사상구 유세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고, ‘많은 은행 본점’이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산은을 비롯한 수은, 한국씨티은행 등 금융권 노조는 1인 시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 공약의 현실화를 저지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산은·수은·씨티은행 노조 등은 이달 7일 오전 11시 은행 본점 이전 망언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1970~80년대처럼 정부가 은행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본점 이전에 대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은)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수많은 삼성, LG, SK, 네이버 등 수많은 기업의 본사를 다 지방으로 이전하겠단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역은행의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역기업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남은행, 부산은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대형은행과 외국계 은행이 내려가서 부·울·경 기업 고객들을 싹쓸이해버린다면 지방은행은 망하게 놔둘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 1월 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옮겨봐야 소용없고 소탐대실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인프라와 기술을 갖춰나가고 금융이 도와줘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현재 산은에서는 연차가 낮은 직원들을 위주로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이직하겠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으로 부산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 곳 외에도 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수협은행 등 서울에 본사를 둔 다른 정책금융기관이나 특수은행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선 직후라 뚜렷한 얘기가 들리는 것은 없지만 산은 이전 공약도 예상치 못하게 나왔던 만큼 직원들도 산은 이슈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