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은 국제경제부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않은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면서 ‘우크라이나판 처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시트콤 스타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쟁 발발 후 전 세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젤렌스키에 대해 “전쟁 지도자로서 처칠과 동급이다”라고 극찬했다. CNN은 “젤렌스키는 처칠의 무선라디오와 중산모를 자신의 스마트폰과 카키색 티셔츠로 맞바꿨다”고 평가했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의 폭격으로 수도 런던이 잿더미가 돼 가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나치를 쓰러뜨릴 것”이라고 외치며 영국 국민의 항전 의지를 북돋아 전쟁 승리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도피 지원을 거부하며 항전 의지를 보인 젤렌스키의 리더십은 처칠에게 견줄 만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주변 상황은 처칠 전 총리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장 우방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1940년대 수도 런던이 대공습을 당하는 등 수세에 몰리고 있었지만, 1941년 미국이 참전하면서 처칠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이 보름을 넘어가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로부터 이렇다 할 직접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나 홀로’ 분투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며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경제 제재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요청에도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상 러시아의 승리는 사실상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우크라이나가 외롭게 결사 항전하다 결국 무너진다면 전 세계에 명분 없는 전쟁도 승리할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서방국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better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