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등 미국 우주기술 개발 활발해
중국과 협력 강화 나서고 있지만 우주시장 잃을 위험
그러나 이런 협박은 러시아가 우주강국에서 탈락하는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1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12일 “서구권 제재 영향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추락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 위치는 러시아가 아닐 것”이라고 협박해 파문을 일으켰다.
ISS는 미국 측과 러시아 측의 시설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 지구에 떨어지지 않도록 궤도를 유지하는 기능은 러시아가 담당했다.
그러나 궤도 유지는 미국 측에서도 할 수 있다. 미국 보급기 ‘시그너스’에서도 궤도 제어가 가능하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에도 ISS로의 우주비행사 수송은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에 의존했다. 시그너스에 의한 궤도 제어도 실제로 옮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그너스에 의한 궤도 유지도 가능하고 일론 머스크의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신형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로고진 사장의 협박은 현실성이 없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는 로고진 사장이 오히려 미국과의 협조를 중시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지난해 4월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가 2025년부터 ISS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로고진 사장은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과의 전화 회담에서 “ISS의 2030년까지 운용 연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러시아 우주 관련 기업에 부과한 제재 완화도 요구했다. 미국과의 협력이 우주강국으로서 러시아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로고진은 이런 입장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지난달 24일 침공 이후 로스코스모스는 미국 주력 로켓에 공급해 온 로켓 엔진 판매를 정지했으며 영국 우주통신 스타트업 원웹의 위성 발사도 사실상 거부했다. 이달 말 NASA 우주비행사가 소유스로 지구에 귀환할 예정이지만, 탑승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런 대항 조치나 ISS 운용에 대한 견제가 서구권 국가들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우주시장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급속히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례로 로켓 엔진 판매 중단이 당분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이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가 세운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이 미국산 엔진을 사용한 로켓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첫 발사가 있을 예정이다.
위성 발사와 관련해서는 스페이스X가 운용하는 팰컨9 로켓은 물론 유럽의 아리안6, 일본의 H3 등 신형 로켓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또 위성 발사를 거부하면 향후 고객 이탈을 촉발해 러시아가 구소련 이래 확보해온 위성 발사 시장을 잃을 수 있다.
구미와의 협력이 어려워진 러시아가 우주 개발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에 의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