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도 영문 표기는 ‘성 평등(Gender Equality)’부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추진을 재확인하면서 소위 젠더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심화하고 있는 젠더 갈등을 해결할 방안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14일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처벌 강화 등 젠더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갈등이 심화했다고 지적한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이대남’ 소위 젊은 남성들이 취업 한계 등에 부딪히며 그동안 여성들이 주로 느껴온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고 여성들을 향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이런 심리를 이용하면서 갈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석훈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도 “대선 정국에서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젠더 갈등은 청년 표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20~30대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린 어려움의 원인을 남성은 여성, 여성은 남성 탓으로 돌리고 있는 분위기 등이 이러한 정치권의 수단과 맞물려 ‘젠더 갈등’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누적된 성차별에 의해 이런 젠더 이슈가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리천장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꼴찌다. 유리천장지수는 OECD 회원국의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 격차, 노동 참여율, 고위직 비율, 육아휴직 현황 등 세부 지표를 종합해 평가한다.
우 교수는 “아직 한국 여성은 면접 시 특혜는 커녕 오히려 여성 응시자에게만 불리한 질문을 하는 형태로 성차별을 받고 있다. 남자친구 존재 여부나 결혼, 출산 계획, 군대나 미투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남성들이 여성 정책을 지원하는 여가부의 존재에 대해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며 “‘여성들에게 빼앗긴 기회를 회복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는 청년 이슈에 대한 문제를 사안별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젊은 세대의 취업과 주거, 부동산 등 경제적 문제가 ‘젠더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차기정부는 관련 정책에 대한 촘촘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그간 특정 성별로 나뉘어 왔던 ‘육아’, ‘출산’ 등을 구체적 사안별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폄하돼 온 직종에 대한 인식과 처우 개선을 통해 단순히 일자리수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정부가 ‘양성평등’ 관점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가족부 부처의 영문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여성이라기 보단 ‘성 평등(Gender Equality)’이라는 글자가 들어간다”며 “젠더 사이의 갈등 문제는 남성, 여성에게 혜택을 번갈아 준다고만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소통이나 대화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