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뉴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초 이후 최악의 코로나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폐쇄한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봉쇄령을 내렸다. 2400만 명이 사는 북동부 지린성 전체, 인구 1750만 명인 남부 선전과 1000만 명이 사는 선전 인근 둥관 등을 봉쇄하면서 약 5100만 명이 집에 갇혔다. 한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 인구가 격리된 셈이다.
중국에서는 14일 수십 개 도시에서 1437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일주일 만에 4배 늘어난 수치다. 이런 기록적인 수치는 코로나에 대해 무관용으로 대응하는 중국의 방침 전환을 시험하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것으로 ‘위드 코로나’는 엄두도 못 내게 된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 발병의 진원지는 895건의 확진이 나온 북동부 지역이지만, 금융 허브인 상하이와 남부 기술 허브인 선전에서까지 봉쇄 조치를 내렸다. 현지에서는 지하철과 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이 중단됐고,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기업체가 3월 20일까지 폐쇄된다. 학교도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애플 공급업체인 폭스콘은 해당 지역에 있는 2개의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 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이는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알려진 선전의 제조 및 기술 생산 기지를 위협한다. 선전은 중국의 주요 항구가 있으며, 화웨이테크놀로지와 텐센트 본거지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이 이 정도까지 방역을 강화하는 건 ‘코로나 진원지’라는 오명 때문이다. 코로나 발발 이후 중국은 ‘코로나 제로’를 선언하고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감염 확산 억제에 방점을 뒀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 탓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지난 주말 지린시 시장과 창춘시 보건위원회 위원장이 경질됐다.
상하이의 바이러스 학자인 장웬홍은 “이번 발병은 최근 2년 새 가장 어려운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중문대학의 마이클 송 교수는 “2년 전 두 달간의 우한 봉쇄로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봉쇄령이 내려진 선전은 홍콩과 맞닿은 곳이다. 홍콩도 오미크론 탓에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14일 홍콩에서는 2만690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도 286명에 달했다. 홍콩의 사망률은 선진국 중 가장 높은데, 이는 노인의 백신 접종률이 더디기 때문이다. 중국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홍콩이 선전을 무너뜨렸다”며 중국의 현 상황을 홍콩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아직도 열악한 중국의 의료 체계를 지적했다. 중국의 노인 백신 접종률이 낮고, 대부분의 산업화한 국가에 비해 인구 대비 중환자실 병상이 적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광활한 농촌 지역에서는 병원과 의료시설이 열악해 빠르게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감당할 수 없다고 NYT는 전했다.
봉쇄령이 내려진 지역 거주자는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무증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