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대형 유통사들도 이달 중에 주주총회를 열고 새롭게 추진할 사업들을 정관에 넣고 회사를 감시할 사외이사 선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의 경우 10여년 전 사주를 수사했던 검사 출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3일,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각각 24일과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업 목적을 추가하기 위한 정관 변경과 사내·사외 이사 선임 등에 대해 논의한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 롯데쇼핑은 이번 주총에서 신규 사업을 추가하기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롯데쇼핑 측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주류소매업과 일반음식점 추가를 안건에 올렸다.
특히 롯데는 사내외 이사를 대거 선임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사내이사로는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HQ 총괄대표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부사장 △장호주 롯데그룹 유통군 HQ 재무혁신본부장 등을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롯데는 지난 해 말 위기 타개와 신사업 개척을 위해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한 바 있다.
특히 10여년 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재계 총수들을 직접 조사했던 검사 출신 조상철 법무법인 삼양 변호사를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사외이사로 합류시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기도 한 조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던 2012년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된 신 회장 사건을 재판에 넘겼던 인물이다.
조 변호사는 롯데쇼핑의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과의 인연 때문에 선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에도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선후배 사이인 황덕남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내정되면서 이같은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로 예정된 롯데지주 정기 주총에서는 헬스케어 사업 진출 등 신규 사업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이 핵심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뒀다. 국민연금은 신 회장이 계열사 여러 곳의 등기임원을 겸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내이사 추천 건에 반대표를 던져왔다.
신세계는 다양한 사업 목적 추가를 통해 향후 신사업에 대한 구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신규 추가되는 항목으로는 △부가통신사업 △인터넷 경매 및 상품중개업 △인터넷 광고를 포함한 광고업 △광고대행업 △기타광고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인터넷 콘텐츠개발 및 공급업 등이다. 지난해 W컨셉과 지마켓글로벌(이베이코리아) 등을 인수한 신세계그룹이 온라인에 방점을 찍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또한 신세계 이사회는 손영식 신세계 부사장과 허병훈 신세계 지원본부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도 주총 안건에 올렸다.
가장 늦게 주총을 여는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논의하며, 신규 사업보다는 유통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권영옥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 고봉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3개로 분산돼 있던 디지털 관련 조직을 디지털 사업본부로 통합한 만큼 올해는 통합 출범 사업부에서 시너지를 낼 만한 안건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해 인수합병(M&A) 등에서 두각을 보였던 대형 유통사들이 올해 신사업 추가 등을 통해 본격 시너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사업 발굴과 함께 미래 먹거리 창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