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실물경제와 기업 관련 정책 등을 맡게 될 경제2분과에는 다양한 이력을 지닌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대기업과 더불어민주당 캠프 출신이 있는가 하면, 전직 ‘우주인’도 포함됐다.
◆‘기술혁신경제학 대가’ 이창양
경제2분과 간사를 맡게 된 이창양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기술혁신경제학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책학 석사와 기술혁신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은 ‘연구개발 투자의 결정요인에 관한 이론’에 대한 것이다. 제29회 행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한 뒤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을 역임하는 등 정부 부처에서 15년간 공직 생활을 거쳤다.
2000년부터 KAIST에 재직 중인 이 교수는 기술혁신경제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고, 시장 구조와 기업 전략에 대해 해박한 지식·경험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 수립에 대한 폭넓은 경험으로, 여러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에 조언해 왔다. 2017년 2월부터 신성장분야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총괄하는 신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고, 2016∼2017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경제자문관을 역임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1998년에는 대통령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산업정책 및 기업구조조정을 담당했다. 지난해 10월 LG디스플레이 이사회 내에 신설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장’으로 선임되는 등 산업체 사외이사로 자문에도 참여했다.
◆‘최태원 과외교사’ 왕윤종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국제거시금융실장과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을 지낸 ‘국제경제통’이다.
SK그룹에 스카웃돼 일할 당시 최태원 SK회장을 가장 많이 만난 임원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는 그룹의 브레인에 해당하는 SK경영경제연구소 전무로 최태원 SK회장에게 글로벌 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자주 올려 최 회장의 ‘과외교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왕 교수는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사회적기업 팀장을 맡았을 때도 최 회장에게 사회적기업에 대한 최신 동향을 자주 전했고 이는 2014년 최 회장의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저서 발간으로 이어졌다.
SK에서 중국한국상회 회장과 SK차이나 수석 부총재를 지냈고, 현대중국학회장을 맡아 중국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경고를 여러차례 내놔 눈길을 끌었다. 왕 교수는 지난해 8월 저서 ‘극중지계’를 발간하면서 “과거에는 경제라는 운동장에서 중국을 과소평가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왕 교수는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입당 전 구축한 싱크탱크 ‘2050을 준비하는 모임(2준모)’에 참여해 일찌감치 힘을 보탰다.
◆문재인 캠프 출신 ‘적장’ 유웅환
유웅환 전 SK혁신그룹장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던 ‘적장’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삼성,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까지 모두 경험한 반도체시스템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2017년 문재인 후보 캠프에 영입돼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의 밑그림을 그렸다.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적 프로세서 기업인 인텔에서 CPU 하드웨어 플랫폼 설계 엔지니어로 10년간 일했다. 그는 만 35세에 인텔 수석매니저에 올랐고, 매킨지, 보스턴 컨설팅 등 월스트리트의 여러 투자회사의 기술자문을 해왔다. 이어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에서 모바일용 반도체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최연소 상무를 역임했다. 2015년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로 적을 옮겨 자동차 전자시스템 및 미래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일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유웅환 전 SK혁신그룹장은 ‘기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으로 기술이 사람과 사회 그리고 환경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유 전 그룹장의 철학은 대한민국의 미래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인수위원으로서 대한민국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혁신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인’ 출신 스타트업 대표 고산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국내 첫 ‘우주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고 대표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에 진학했다가 다시 시험을 쳐 수학과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졸업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해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컴퓨터 비전 연구에 매진하던 그는 2006년 4월 운명을 바꿀 기회를 만났다. 과학기술부의 ‘한국 최초 우주인 프로젝트’에 매료된 고 대표는 3만6206명의 신청자들과 지구 밖으로로 나가기 위해 경쟁을 펼친 끝에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던 그는 외부 반출이 금지된 교재를 가가린우주센터 밖으로 가지고 나가 공부하다가 적발됐다.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가는 소유즈호 발사 한 달을 앞둔 시기였다. 결국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는 이소연 예비후보로 교체됐다. 좌절의 시간을 보낸 그는 2년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하다 미국의 과학기술정책을 배우기 위해 2010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고 대표는 이곳에서 다시 한번 인생을 바꾸는 순간을 맞는다.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이내 10억 명 이상에게 영향 미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고 대표는 창업에 대한 꿈에 눈을 떴다고 한다. “Change The World(세상을 바꾸자)”고 외치는 미국 청년들과 그들의 아이디어에 거액을 펀딩하는 투자자들의 모습에 영감을 얻은 그는 유학 1년 만에 귀국해 창업을 돕는 비영리법인 ‘타이드 인스티튜트’를 설립했다. 2013년에는 보급형 3D 프린터 스타트업인 ‘에이팀벤처스’를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다. 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