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중견 제약사, 바이오 자회사 통해 체질개선 서두른다

입력 2022-03-21 05:00수정 2022-03-2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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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ㆍ일동제약ㆍ제일약품 등 자회사, 항암제 중심 파이프라인 확대ㆍIPO도 준비중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투자로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허리'격인 중견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자회사·관계사 설립을 통해 역량을 집중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리스크는 줄이고, 개발 속도는 당기고 있다.

2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국내 중견제약사들은 자회사·관계사에서 신약 개발 성공시 수익성이 보장된 항암제를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한편, 원활한 R&D 자금 마련을 위한 상장도 계획 중이다.

항암제 개발에 진심…글로벌 최대 시장 잡아라

항암제 시장은 2021년 1870억 원(약223조 원)에서 2026년 3060억 달러(약 34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의약품 최대 시장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분야이기도 하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인 보령제약은 관계사 바이젠셀과 보령바이오파마를 통해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젠셀은 자연살해(NK)ㆍT세포 림프종과 급성골수성백혈병 등을 개발 중인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이다. 맞춤형 T세포 면역항암치료제 '바이티어(ViTier)', 범용 감마델타T세포 면역항암치료제 '바이레인저’(ViRanger)' 범용 면역억제치료제 '바이메디어’(ViMedier)' 3종의 면역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6종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바이티어 기술이 적용된 NKㆍT 세포 림프종 치료제 'VT-EBV-N'은 현재 국내 임상 2상 진행 중이다. 임상 2상을 마치면 조건부 품목허가를 취득해 2024년 조기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VT-Tri(1)-A'는 임상 1상에 들어갔으며, 혈액암에서 고형암으로 확장도 기대된다.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을 적응증으로 하는 'VM-GD'는 임상 1/2a상, 교모세포종 치료제와 고형암 치료제는 전임상 단계다.

보령바이오파마는 2월 mRNA 대사항암제를 개발하는 비피진을 설립했다. 기존 대사항암제는 암세포에 공급되는 영양분을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구조로 암세포가 다른 방식으로 대사를 전개하면서 전이하면 약효를 발휘하기 어려운 반면, 비피진은 암세포 내부의 대사를 전반적으로 조절해 암세포의 증식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연내 mRNA 기반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임상 1상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일동제약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동홀딩스는 2019년 5월 신약 개발 전문 기업 아이디언스를 설립했다. 첫 번째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파프(PARP, DNA 손상 복구 포함해 세포의 많은 기능에 관여하는 효소) 저해제 표적치료 항암제 후보물질 '베나다파립(IDX-1197)'을 일동제약으로부터 확보, 개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위암·난소암·유방암 등에 대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베나다파립은 전이가 있는 생식세포 BRCA 변이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b상 연구에서 기존 PARP 저해제의 주요 부작용인 오심, 피로, 식욕저하 등이 나타나지 않고, 투여 환자 10명의 객관적 반응률(ORR)이 80%로 확인돼 우수한 유효성이 관찰된 바 있다. 아이디언스는 베나다파립 연구에 속도를 내는 한편, 추가 파이프라인도 확보할 예정이다. 기술수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일동제약그룹 관계자는 "베나파다립 외에도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2016년 기업분할 이후 R&D 투자를 늘리면서 신약 개발의 전 단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아이디언스,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 아이리드비엠에스 등 계열사를 하나씩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매출 7007억 원 가운데 도입 상품 매출이 80%(5597억 원)에 달할 정도로 상품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다. 이 같은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 5월 신약 개발 기업 온코닉테라퓨틱스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활발한 연구와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항암신약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R&D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달부터 췌장암 신약 후보물질 'JPI-547'의 임상 1b상에 들어갔다. JPI-547은 파프와 암세포 형성에 필수적인 효소인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저해 표적 항암 신약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PI-547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해 새로운 항암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잇따라 IPO 도전…신약 개발 '총알' 확보

신약 개발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관계사에 대한 기업공개(IPO) 움직임도 활발하다. IPO로 R&D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하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는 전략이다.

보령제약그룹의 바이젠셀은 지난해 8월 코스닥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다음 주자는 백신 개발이 중심인 보령바이오파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2월을 목표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을 IPO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 시행 등 내부 조직도 정비했다. 공모 자금으로는 고부가가치 백신 임상을 확대하고 mRNA 원천기술확보, 면역세포치료제 연구 등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핵심 R&D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증시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보령바이오파마는 기술특례상장이 아니고 매출도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일정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동홀딩스의 아이디언스와 제일약품의 온코닉테라퓨틱스도 IPO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아이디언스는 2023년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으로,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2024년 IPO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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