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hy 배송사업팀장 "야쿠르트 등 자사 제품 배달서 벗어나 타사에 배달망 개방…여성 배송조직이 특장점…전국에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 구축할 것"
삼라만상(森羅萬象)을 배달해주는 시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불 지른 '배송혁명'은 짜장면, 짬뽕에 국한되던 배송 아이템을 레스토랑 밀키트, 화장품, 과자, 아이스크림까지 정기적으로, 원한다면 새벽부터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확대했다.
이 배송·택배시장에 '터줏대감'이 뛰어들었다. 발효유 '야쿠르트'를 필두로 50년 배달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현 '프레시 매니저') 1만1000명을 보유한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주인공이다.
2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hy는 프레시매니저(FM) 군단을 십분 활용해 택배, 물류사업에 진출한다는 구상 아래 지난해 '한국야쿠르트'에서 사명을 바꾸고 종합유통물류기업으로 도약을 선포했다. 지난해부터 신사업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후 배송사업팀과 신공장사업팀을 신설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체기에 접어든 유산균음료 시장을 뛰어넘어 새 먹거리 키우기에 돌입한 hy의 새 물류사업(프레딧 배송)을 요약하면 프레시매니저가 택배까지 전담하는 서비스다. 이전에는 회사가 직접 제조하거나 매입한 제품만 배달했다면, 이제는 제휴 고객사와 협약을 맺고 타사에 hy가 보유한 배달망을 개방한다. 이를 위해 2024년까지 1170억 원을 투입해 논산에 풀필먼트센터를 짓고 있다. 2만4793㎡ 규모의 논산물류센터는 최신 IT기술을 적용해, 완공시 하루 평균 20만건 이상의 물류를 소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정우 hy 배송사업팀 팀장은 "실제 회사가 보유한 프레시매니저의 수는 배송원으로만 따지면 택배 물류 업계 내에서 2~3위권에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코로나로 확대된 유통물류 시장에서 hy가 가진 최대 강점 중 하나인 프레시 매니저의 특수성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운동도 탄탄하게 마친 상태다. hy는 지난해 친환경 이유식 제조업체 '청담은'과 제휴를 맺고 정기 택배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면도기 회사 '와이즐리', 금융사까지 신규 제휴배송 서비스 계약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차후 카테고리로 프레시매니저의 전기구동차 '코코' 특성을 감안해 정기구독성의 소형 화물 위주로 보고 있다"라면서 "샐러드, 건강기능식, 여성용품 등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프레딧 배송의 특장점은 프레시매니저 관할 아래 책임 구역제로 운영돼 오배송 문제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 배송조직인 만큼 여성 고객들이 안심하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코코'에서 즉각 냉장식품을 전달해 '과다 포장재' 문제도 최소화했다.
신사업에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hy의 전매특허인 구동차 '코코'가 적재용량 350ℓ의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은 최대장점이지만, 적재 가능 물품 크기, 무게 등 물리·공간적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존 업무에 더해 택배까지 맡게되는 프레시매니저의 업무 과중 우려도 있다.
이어 "오프라인 시장 위축으로 FM의 매출도 정체기인 만큼 수입 보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배송으로 인한 신규수익원 대부분이 FM에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 이들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협약을 맺고 디지털 물류기술도 구축했다"라고 덧붙였다.
hy는 궁극적으로 전국적인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 구축을 꿈꾼다. 김 팀장은 "고객들이 원하는 건 신속ㆍ신선ㆍ안전이다. 전국 약 550개 영업점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고객들이 더 빠르고 신선하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게 hy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라면서 "향후 배송지역 확대, 새벽배송 등 시간대를 늘리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