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그러나 생동하는 봄기운과는 정반대로, 3~5월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위험하고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생기와 활력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유발, 우울증을 한층 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봄철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환경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새 학기, 입학, 입사, 인사이동 등 변화가 많은 시기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생체리듬을 해치면서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입학이나 취업, 승진 등에서의 실패로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나만 정체돼 있는 것 같은 생각 때문에 더 우울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고 일조량이 증가하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한다. 봄이 되면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가 뇌의 생물학적 시계에 영향을 주는데, 이는 세로토닌, 멜라토닌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해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우울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봄 우울증이 가장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낙엽 지는 쓸쓸한 가을이나 추운 겨울보다 따뜻한 봄에 우울증 환자 발생률도 높지만 ‘극단적 선택’ 충동도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년 중 가장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은 계절이 봄이었다. 작년만 하더라도 3월에 1255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 1년 중 가장 많았고 4월 1152명, 5월 1124명으로 봄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한 해 전체의 27.9%나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우울증을 앓고 있었거나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는 자살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날이 풀리며 상태가 조금 호전되면 생물학적 불균형으로 인한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로 정서적 혼란이 야기돼 자살 충동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생기, 활기 등 봄의 상징과는 달리 봄의 또 다른 얼굴인 우울증! 우리가 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일상이 즐겁지 않거나 삶이 무기력한 상태 등 마음이 힘들거나 혹은 주변에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보다는 마음을 먼저 살펴주길 바란다.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