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전 회장 그늘 벗어나는 게 과제…금융권 '태종·세종' 비유도
지난달 초 금융권 인사와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련해 얘기를 주고받다가 나온 얘기입니다. 오늘(25일) 주주총회 의결로 회장이 된 함영주 부회장과 이제 접두사로 ‘전(前)’을 달게 된 김정태 회장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하나금융 차기 회장을 누가 할지는 늘 화두였습니다. 김정태 전 회장은 2012년부터 하나금융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시점이 다가오자 금융권 관심이 쏠린 거죠.
함 회장은 ‘카더라 통신’에서 차기 회장으로 꼽혔습니다. CEO 경험도 있고 영업 능력도 갖춰 김 전 회장 뒤를 이을 인물로 평가 받았던 거죠.
올해 설 연휴 직전인 1월 28일, 하나금융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 5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명단에 함 회장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고 금융권에서는 “이변은 없었다”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한 가지 걸림돌은 소송 건이었습니다. 금융당국(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유사 건으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승소했던 상황이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승소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달 14일 법원에서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습니다. 이미 하나금융은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낸 상황이었습니다. 금융당국과의 소송에서 패한 회장 후보, 자격을 갖췄냐는 논란은 다시 일었습니다. 함 회장은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기관인 ISS는 함 후보 선임안에 반대를 권고했고,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주총 때 부결되는 것 아니냐”, “그래도 이변은 없을 거다” 등 여러 얘기가 오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나금융 주총에서 대다수 예상대로 이변 없이 회장 선임 안건이 의결됐습니다. 하나금융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면서, 주요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경영 방향도 새롭게 정립될 것입니다. 이는 곧, 하나은행을 비롯한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란 말도 됩니다.
보통 수장이 바뀌면 조직도 새 수장에 맞게 재구성됩니다. 10년 만에 새 경영을 하게 된 함 회장은 조직개편, 인사를 어떻게 단행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지난달 금융권 인사와 대화를 생각하면 ‘태종’ 김정태 전 회장이, ‘세종’ 함영주 회장을 위해 이미 주변 정리(?)를 끝냈을 수도 있습니다. “함 부회장(당시)은 모질게 인사를 안 할 거예요. 이미 상당 부분 인사가 함 부회장과 호흡을 맞췄을 거로 보입니다.”
김 전 회장은 앞으로 2년간 하나금융 고문을 맡는다고 합니다. ‘함영주호’는 이제 출발했습니다. 하나금융이 금융회사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금융회사로 거듭날지 ‘함영주 리더십’에 이목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