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일부에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유럽연합(EU) 진영과 러시아-중국 진영의 블록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돈바스 지역 독립 인정의 문제가 중국으로서는 티베트, 신장위구르, 대만 등의 독립 문제와 연결되며 러시아를 쉽게 지원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3월 11일 끝난 올해 중국의 양회에서 중국 정부가 제시한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는 5.5%다. 올해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3연임이라는 중대사를 앞둔 가운데, 과연 중국은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안정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소비, 투자, 수출의 측면을 모두 살펴보자.
먼저 소비다. 최근 중국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이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봉쇄와 개인의 활동이 제한되는 가운데 이는 서비스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식량 가격 상승은 중국이 소비 부문 진작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을 꾀하기 힘들게 만들 것이다.
그 다음은 투자다. 작년 시진핑 정권은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의 달성을 선언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의 과제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설정했다. 작년 시행되었던 인터넷 플랫폼, 부동산, 사교육,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한 규제는 ‘공동부유’라는 키워드와 관련성이 크다. 코로나19로 K자 회복이 나타나며 국내 불평등 문제가 악화하는 가운데 이들 분야가 가계를 압박하고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결국 정부의 규제 강화는 민간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었다. 2021년 3분기와 4분기 중국의 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결국 올해 5.5%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서 중국은 위 분야에 대한 투자 규제에 속도 조절을 꾀할 것이고,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서며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위해서 대외관계 안정화를 꾀할 것이다.
마지막은 수출이다. 전 세계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산업용 기계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의 개선으로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IT 가전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인해 유럽 등 해외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및 서구의 2차 제재 대상이 될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제품 지원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특히 2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 트위터에 대러시아 제재의 목적 중 하나로 21세기 첨단기술 경쟁에 나설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러시아와 연대할 경우 중국은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으로 인해 직면한 제재 이상의 제재에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이미 러시아의 10배에 달하는 가운데 중국이 소탐대실할 이유가 있을까.
결국 중국 내부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3월 5일 후웨이(胡偉) 국무원 고문실 공공정책연구센터 부주임이자 상하이 공공정책연구회 회장은 짧은 보고서를 통해 ‘푸틴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중국은 중립정책을 포기하고 세계에서 주류가 되고 있는 입장을 선택해 미국·유럽과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고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줄곧 ‘특별군사작전’ 또는 ‘충돌’ 등의 표현을 써오던 중국 정부는 3월 10일 왕이 외교부장이 ‘전쟁’과 제재에 반대한다는 언급을 통해 전쟁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연대 강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중국이 현실적으로 러시아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