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코드 맞추기" vs "검찰이 해야 할 일…이상할 것 없어"
검찰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고발된 삼성웰스토리와 관련해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는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와 성남시 분당구 삼성웰스토리 본사에 검사·수사관을 보내 강제 수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그룹 계열사 4곳이 삼성웰스토리에 급식 물량을 몰아주는 식으로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2349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봤다. 공정위는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가 구 삼성물산의 가치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았다"며 "삼성웰스토리는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구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였다.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의 이번 압수수색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추기 위한 '눈치보기'라는 의견과 당연히 해야 하는 수사라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21일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조사부를 확대·개편한 바 있다. 공정거래조사부 내 공정거래수사팀과 부당지원수사팀을 각각 공정거래수사 1·2팀과 부당지원수사팀 3개로 나누고 6명의 검사를 추가로 투입했다. 이로써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검사는 총 15명이 돼 서울중앙지검 최다 인원 수사 부서인 경제범죄형사부와 같은 규모가 됐다.
조직 개편에는 대검찰청 지휘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자체 판단이라는 말이다.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몸집이 커진 공정거래조사부가 주요 수사 대상으로 삼성그룹을 겨냥할 것이라는 말들이 오갔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정거래조사부 확대·개편은 수사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인데 인사를 앞두고 이런 결심을 한 것은 의아해 보인다"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조사부 분위기를 잘 아는 한 검사는 "확대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면 곧 검찰 인사가 시작될텐데 굳이 지금 확대·개편하는 것은 특이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권오인 참여연대 경제국장은 “삼성웰스토리의 가치가 커지면 구 삼성물산의 가치가 커지고 결국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삼성 그룹사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은 이 부회장 승계까지도 연결이 될 수 있다”며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한 부당지원 혐의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삼성웰스토리가 이재용 승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살펴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당선인과 '정책적 코드'를 맞추기 위해 부서를 확대·개편하고 삼성웰스토리 등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김남근 변호사는 "검찰이 원래 해야 할 일로 돌아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검찰은 정쟁이 되는 사안만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며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공정거래수사 등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 역시 "대기업 수사는 늘 검찰에서 하는 일"이라며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일각에서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 이미 공정위에서 몇 달간 철저히 들여다보고 혐의점을 찾지 못한 사건이다”며 “위법이 있으면 수사하는 것은 맞지만 기업 경영상 판단까지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한 차례 신청했다가 기각된 바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영장 재청구를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