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결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이어 음악 재생 플랫폼까지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업계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토로하는 가운데,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이번 주 안으로 내놓을 법안 관련 유권해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악 재생 플랫폼이 이용권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서는 멜론, 지니, 플로, 벅스, 바이브 등 한국 기업과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등 해외 기업이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 플랫폼 대부분이 구글 인앱결제 방식을 앱에 추가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용금액 인상이 불가피하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글이 지난 16일 자사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 등록한 앱에서 웹페이지로 우회해 결제하도록 하는 ‘아웃링크’ 결제를 모두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제정책을 발표한 영향이다. 구글은 내달 1일까지 앱에서 아웃링크를 삭제하지 않은 경우에는 앱 업데이트를 금지한다. 또한 6월 1일부터는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삭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안드로이드 앱 중 대부분이 인앱결제가 아닌 외부 결제 시스템만을 채택한 상태인 만큼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앱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도, 모바일 웹페이지 등으로 우회해 전자지급결제(PG)·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인앱결제를 도입할 경우 음악 재생 플랫폼 운영사는 구글에 최소 10%에서 최대 30%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플랫폼 운영·관리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더해진다면 플랫폼 운영사로서는 이용금액을 올릴 수밖에 없단 것이다.
업계도 결제 정책을 변경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A 음악 재생 플랫폼 관계자는 “지금 한국 음원 플랫폼 시장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까지 더해지며 ‘무한경쟁’ 상태”라며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B 플랫폼 관계자도 “웹페이지 결제를 통한 안내까지 불가해지면서 가격 프로모션 등 자유도가 많이 사라질 것”이라며 “구글을 벗어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뮤직’까지 자리잡으면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러모로 아쉬운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국내 OTT 플랫폼은 안드로이드 앱에서의 이용권 결제 가격을 인상하거나,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내놓은 새 요금제 인상 폭은 평균 16.41%로, 구글의 새 결제정책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구독형 서비스 수수료율(15%)과 비슷한 수준이다. 티빙은 베이직·스탠다드·프리미엄 등 이용권 가격을 평균 13~15%가량 올렸고, 웨이브도 세 가지 이용권 가격을 17~18%가량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시즌 역시 구글 인앱결제 정책 도입으로 인해 이용권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가운데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업계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구글 등 앱 마켓 사업자가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주관하는 기관인 만큼 구글의 새 정책을 조치하지 않겠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업계가)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수는 없겠고, 시점을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며 “결제정책이 다음달 1일부터 바뀌는데 그 전까지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여 아마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방통위는 이번 주 안으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관한 유권해석을 발표할 예정이다. 앱 마켓 사업자가 ‘아웃링크’를 제한하는 것이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금주 안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