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헙급여 검토만 11개월째…부모들 “골든타임 지난다” 눈물의 호소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까지 바라지 않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희귀질환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을 앓고 있는 아이 부모들의 하소연이다. 몇 해 전 1회 투약으로 병의 진행을 막고 장기간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유전자치료제가 나왔지만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 약에 대한 건강보험급여(보험약가)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진행성 근위축과 마비를 일으키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정상적인 생존운동신경원(SMN1) 유전자 결핍 혹은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식사와 움직임이 어려워지고 호흡에도 문제가 생겨 생명까지 위협한다. 가장 심각한 제1형과 2·3형으로 나뉜다. 1형의 경우 치료받지 않으면 보조 호흡장치에 의존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1형과 2형의 경우 2세 이하의 소아에서 주로 발병하며, 3형은 아동기와 성인 초기에서 증상이 발현된다.
전 세계에서 신생아 1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며, 국내의 경우 신생아 30만명 기준 연간 50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질환은 신체적으로 모든 근육이 약해져 자가 호흡조차 어렵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럼에도 인지·사고 능력은 정상적이어서 고통이 더 극심하다.
소위 치명적인 희귀유전질환인 SMA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운동신경세포 손상과 병 진행을 막기 위해 증상 식별에 따른 조기 진단 또는 적절한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한 질병의 조기 발견이 필요하다”고 권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는 수년 전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성분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를 개발하고, 지난 2019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현재 40여개 국가에서 승인됐다. SMA의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로 평가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졸겐스마는 결핍되거나 결함이 있는 SMN1 유전자의 기능적 대체본을 제공해 SMA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질환 진행을 막는 치료제다. 특히 평생 1회 정맥 주사로 장기간 치료 혜택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허가사항에는 SMN1 유전자에 이중대립형질 돌연변이가 있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 중 △제1형의 임상적 진단이 있는 경우 또는 △SMN2 유전자의 복제수가 3개 이하인 경우에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평생 한 번 투여하지만 가격은 약 25억 원에 달한다. 미국 25억 원, 일본 19억 원, 영국 24억 원이다. 개인이 약값을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의 경우 민간보험이지만, 영국과 일본, 독일은 국가에서 약값을 부담한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5월 허가됐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 결정이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노바티스 측은 지난해 5월 ’허가급여평가연계제도’로 급여를 신청했다. 국내 희귀질환의 경우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거치면 보험급여가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법 상 약제 평가신청을 받은 심평원은 150일 이내에 약평위 심의와 평가를 해야 한다. 또 평가 종료 후 15일 이내에 신청 제약사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졸겐스마의 급여적용 검토는 150일을 넘겨 11개월째 소식이 없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약이지만, 급여 결정 지연으로 환자와 부모들의 치료 시간은 멈춘 상태다.
환자 부모들은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졸겐스마 급여 관련 질의가 있었고, 당시 참고인으로 참석한 한 부모는 “졸겐스마가 국내에서 허가됐지만, 돈이 없어 아이가 죽거나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가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눈물을 보였다. 당시 국감에 출석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졸겐스마 급여 신속 검토를 약속했다.
심평원도 지난해 졸겐스마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관련 학회 등 전문가 의견을 듣고 논의를 이어왔다. 따라서 지난 2월 열린 약평위 심의에서 논의가 됐어야 하지만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환자 보호자들은 하루하루가 간절하다고 말한다. 질환 특성상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투데이 취재 결과 오는 4월 초 열리는 약평위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심평원 측은 약평위 논의 안건은 사전 공개가 어렵고, 결과만 추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졸겐스마는 2세 이하 환자에서 기존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혁신적인 효과가 지속 증명되고 있다. 졸겐스마로 치료받은 환자들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운동기능을 달성하고 있고 치료 효과가 7년 이상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많은 환자 가족분들께서 졸겐스마의 빠른 급여를 염원하고 계신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루 빨리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