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기성용이 초등학교 시절 자신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축구부 후배들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 첫 재판이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30일 기씨가 초등학교 후배 A·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을 진행했다. 재판은 양측의 소송대리인만 출석해 5분 남짓 열렸다.
피고 측 대리인은 형사 사건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사 사건에는 관련 증거를 제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제기한 의혹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위법성도 없다”며 “수사 과정에 사실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을 많이 제출했고, 목격자의 녹취록도 있지만 (형사 사건의) 결과가 나오면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사 재판에서 관련 증거들이 상대방에게 먼저 공개될 경우 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씨 측도 소송은 제기했으나 같은 취지로 재산상·정신적 피해를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기씨 측은 “저희는 최대한 빨리 재판을 끝내고 싶어 (재판부가) 판단해주시면 오늘이라도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기씨가 고소한 형사 사건의 처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사 재판의 진행을 미루기로 했다.
형사 사건은 현재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며, 지난해 기씨와 A·B씨의 대질조사까지 마친 마무리 단계다.
기씨는 당시 조사를 마친 뒤 “결과가 나올 테니 다른 얘기를 길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A·B씨는 지난해 2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당시 선배인 C 선수와 D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성용의 이름은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폭로 내용상 C 선수가 기성용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기씨 측은 결백을 주장하며 성폭력 의혹 제기자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기씨는 A·B씨 측에 증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A·B씨 측은 기성용이 소송을 걸어오면 법정에서 증거를 공개하겠다며 이를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