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기 정기주주총회
박종욱 KT 안전보건총괄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했다. 박 대표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KT 안팎에서는 박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각자대표가 공석이 된 가운데 KT는 지주형 회사로 개편하는 것을 검토하며, 미래 신사업에 시동을 걸고 성장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제4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6개 안건을 승인했다. 상정 안건은 △정관일부변경 △이사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승인 등이다.
주요 안건이었던 박종욱 KT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은 불발됐다. 박 대표가 KT 주주총회 개최 직전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하면서다.
KT는 올해 1월 안전보건업무총괄(CSO)로 박 대표를 선임하고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구현모·박종욱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하겠단 계획이었다.
하지만 KT 안팎에서 박 대표 재선임이 부적절하단 의견이 제기되면서 박 대표가 자진사퇴한 게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표가 국회의원에 대한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 기소됐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1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단체는 박 대표 재선임 안건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박 대표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단 의사도 밝혔다. 전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해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시를 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KT 지분은 12.68% 수준이다.
다만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또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통과해 유희열 이사가 재선임됐고 김용헌·벤자민 홍 이사가 각각 새로 선임됐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KT는 미래 사업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KT는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주회사 개편 및 전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은 분명히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콘텐츠는 스튜디오지니로 묶어 냈고, 금융도 BC카드 아래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로 했다“며 ”사업구조 조정 등 지주형 전환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 자회사 상장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구 대표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자회사로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를 꼽고 “케이뱅크는 올해 말~내년 초 IPO를 준비하고 있으며 상당한 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 밖에도 BC카드 등 몇몇 회사는 IPO를 하면 좋겠다 생각하는 회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분할을 앞둔 클라우드 부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없다”고 언급했다. KT는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4월 1일자로 KT클라우드를 신설한다. 물적분할이 아닌 현물출자 형태로, 신설 법인(KT클라우드)이 신주를 발행하면 KT는 부동산, 채권 등 ‘현물자산’을 주식에 대한 대가로 내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을 예고하며 제기된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대해 구 대표는 “KT클라우드의 경우 분할하는 자산이나 매출 규모가 해당되진 않는다”면서도 “앞으로 KT클라우드를 포함해 현물출자나 물적분할 방식으로 신설하는 자회사 주식을 주주에 배당할 근거를 마련하겠단 계획으로 정관을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T는 이날 주총을 통해 해 ‘이익의 배당은 주주에게 금전, 주식 및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에 추가했다.
사업목적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및 부수업무’를 추가하며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 기반도 마련했다. KT는 지난해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인가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BC카드, 케이뱅크 등 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단 평가다.
또한 KT는 배당금을 전년 대비 41.5% 증가한 주당 1910원으로 확정하고, 이사 보수총액 또는 최고 한도액을 58억 원으로 승인했다.
구현모 대표는 “올해 성장사업 매출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더욱 속도감을 낼 것”이라며 “질적 이익 개선을 통해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