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주주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대표 선임과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구현모 KT 대표가 진땀을 빼는 모습이 포착됐다.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상정 안건과 보고 안건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장 큰 이슈는 박종욱 KT 각자대표(안전보건업무총괄)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었다. 박 대표는 올해 초 KT 각자대표이자 안전보건업무총괄(CSO)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박 대표가 국회의원에 대한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 기소된 데 이어, 정식재판을 청구해 1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KT 안팎에서 나왔다.
주총 현장에서는 박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총에 앞서서는 KT새노조, 참여연대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주총 중에는 일부 주주가 ‘내부 컴플라이언스에 위배한다’고 질의했다. 한 주주는 “박 대표가 ‘상품권 깡’을 통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단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KT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작동했는지 여부에 대해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사선임 안건을 상정하기에 앞서 구 대표가 “사내이사 후보 박종욱 씨는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해 해당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박 대표의 사퇴 여부가 밝혀진 뒤에도 주주들은 내부 컴플라이언스 대책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한 주주는 “이사들이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어떻게 감사하고 경계할 지, 다시는 이런 부패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지 보충 설명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구 대표는 “첫 번째 조치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영입해 기부금 등을 검증하고 있다”며 “유가성 관련한 프로세스 관리 체계를 완전히 바꿔 회사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출은 검증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주주들은 지난달 KT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총 630만 달러(약 76억3600만 원) 규모의 과징금·추징금을 부과받은 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주주는 “미국 SEC가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해당 금액을 손실 충당 부채로 인식했는지 여부를 묻고 싶다”고 물었다. KT 직원이라고 밝힌 한 주주도 “SEC에서 과징금을 받는 말 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ESG 경영을 위해, KT 정상화를 위해 (대표가) 사퇴할 생각은 없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구현모 대표는 “SEC 제재 결과는 회계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이로 인해 약 76억 원의 금전적인 제재와 2년간의 셀프 리포팅 의뢰를 받았다”며 “당사가 상품권 구매 등 제 3자 지급건에 대한 내부 회계 관리 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KT는 이 혐의에 대해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합의했음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SEC 조사는 오랜 기간 진행됐기 때문에 이사회도 충분히 검토했으며 적절한 상호 조치를 취하고 내부 통제도 보완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했단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한 구 대표는 “직원 여러분께서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것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며 “저도 KT 직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고, 조합원이었던 때가 있다. 직원 여러분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SEC 건에 관련해서는 회사 입장에서 정말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며 “만약 SEC가 제시한 합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관련 비용과 불확실성, 제재 수준이 더 올라갈 것이란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